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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레바인 예술감독 25주년 음악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27일 오후6시(현지시간)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가 위치한링컨센터 주위는 일찍부터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각국 유엔대사를 비롯해 미 상.하원 의원,재계를 움직이는 백만장자들도 있었고 할리우드 스타 캔디스 버건.폴 뉴먼.리즈 테일러 등도 눈에 띄었다.
다름아닌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예술감독 제임스 레바인(53)의메트 데뷔 25주년을 축하하는 갈라 콘서트를 보기 위해서였다.

<본지 2월18일자 15면 참조> 티켓은 오래전에 매진됐고 가장 값싼 1천5백달러(약1백20만원)짜리가 5천달러(약4백만원)로 둔갑한 암표와 8백달러(약64만원)짜리 입석표 구하기도하늘의 별따기였다.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로베르토 알라냐,소프라노 제시 노먼.안젤라 게오르규.키리 테 카나와.돈 업쇼,바리톤 브라인 터펠 등58명의 세계 정상급 성악가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뉴욕경찰은 이들 대스타의 신변경호를 위해 특별경계령을 내렸다.지난해 유엔본부에서 세계의 국가원수들이 한자리에 모였을 때를방불케 했다.
미국 PBS와 WQRX-FM으로 생중계된 이번 공연은 다음날오전2시까지 8시간동안 계속돼 미국 생방송 역사상 최장시간 공연이라는 진기록을 수립했다.
세계 오페라계를 이끄는 대스타들이 한 장소,한 무대에 선 것도 공연사상 처음 있는 일.출연 예정이던 소프라노 체칠리아 바르톨리.마릴린 혼,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 등은 건강상의 이유로불참했고 한국 출신 성악가로는 유일하게 소프라노 홍혜경씨가 출연,4중창과 6중창을 불렀다.무려 24명 작곡가들의 작품중 43곡이 아리아와 중창.합창으로 연주돼 오페라의 모든 것을 보여줬다. 이날의 주인공 레바인이 반백의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지휘대에 모습을 드러내자 청중들은 『부라보 지미』를 연발했다.
바그너의 『리엔치 서곡』으로 막이 오른 이날 공연은 세번의 휴식만 취한 채 마라톤 콘서트로 진행됐다.
청중들은 일생일대의 역사적인 순간을 체험하면서 온몸에 전율을느꼈다.이번 공연의 특색은 바그너의 작품이 가장 많이 연주됐다는 점. 여성청중들을 매료시킨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지난해 메트 무대로 은퇴한 테너 알프레도 크라우스를 비롯해 이날 청중들로부터 가장 뜨거운 환호를 받았던 테너 카를로 베르곤치의 무대가 이어졌다.또 레바인의 메트 데뷔작 『토스카』의 주역으 로 출연했던 소프라노 그레이스 범브리 등은 마치 고별무대인 듯 아낌없는 열창을 들려주었다.
피날레 직전 무대에 등장한 전설적인 소프라노 비르기트 닐손은이날 밤 TV와 라디오,객석을 가득메운 청중을 대표해 레바인에게 감사와 축하의 메시지를 전했다.그녀는 스칸디나비아 최고의 축하인사라며 『호이 토이 호』를 네번 외치면서 퇴장했다.
공연이 끝났지만 박수갈채는 20분이 넘도록 계속됐다.청중들은일생일대의 예술적 감동에 흠뻑 취해 자리를 뜰 줄 몰랐다.
거듭되는 커튼콜 끝에 거의 마비상태가 된 두 다리를 이끌고 무대에 선 마에스트로의 얼굴은 예술적 광채로 환히 빛나고 있었다.
뉴욕=전춘희〈재미성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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