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리포트] 충청권 아파트 건설 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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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고속철도 개통으로 지역개발에 대한 관심이 높다. 서울의 통근권역이 대전.천안.아산권으로 넓어지면서 그만큼 주택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는 데다, 철도 역세권 주변이 공장.물류.상가 등의 개발 적지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천안 아산 역세권 주변의 경우 고속철도 개통을 전후해 아파트 건설붐이 일고 있으며 가격도 많이 올랐다. 천안권의 경우 아파트값이 평당 600만원이 넘는다. 개발용지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이란 전망에 따라 땅값도 급등해 역세권의 영향이 별로 없는 온양 외곽지의 논밭도 평당 50만~60만원이고 아파트값도 평당 500만원 선이다. 수도권 못지 않은 수준이다. 대전은 더 심해 일부 아파트 분양가가 평당 1000만원에 육박한다. 고속철도가 정차하거나 예정인 김천.대구.밀양 등지도 변화가 있지만 서울과 가까운 천안.아산권이나 대전만큼 크지 않다. 고속철도가 서울의 영향을 얼마나 받을 수 있느냐에 따라 그 파급효과의 차이는 많이 벌어진다.

문제는 서울 통근권역이라고 하는 천안.아산의 생활권이 과연 수도권화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수도권 사람들이 비싼 주거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천안.아산지역으로 많이 이주하겠느냐는 얘기다.

실상을 들여다보면 서울 통근수요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연구원의 조남건 박사가 최근 건주연구회 주최 세미나에서 발표한 '고속철도가 지역 발전에 미치는 영향 및 대응방향'이란 연구자료에 따르면 통근시간대에 배정된 열차가 많지 않고 운임도 만만치 않아 서울.수도권 거주자가 천안.아산권이나 대전으로 이주해 가는 비율은 높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이들 지역의 주택가격이 의외로 비싸 이전효과를 반감시키고 있다고 전망했다. 대부분의 이전수요가 안고 있는 주거비 부담을 덜어주지 못할 경우 수도권보다 생활편의 시설 수준이 뒤지는 이들 지역으로의 이주는 외면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서울.수도권 지역에 오전 9시까지 출근 가능한 시간대인 7~8시 천안.아산역에서 출발하는 고속철도는 고작 두 편밖에 없고, 이 열차의 일반석을 모두 통근 수요로 채운다 해도 수송인원은 1600명 수준에 불과하다. 이 인원이 전부 이주한다 해도 이 정도의 규모로는 지역 개발에 큰 보탬이 되지 않는다. 물론 이용객이 늘면 열차를 늘릴 수 있지만 지금 상황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일본의 경우도 고속철 정차역이 있는 도시의 인구가 50만명 이상일 때 어느 정도 개발붐이 일었지만 그 이하 지역은 오히려 인구가 감소했다 하니 고속철도에 거는 우리의 기대가 너무 부풀려져 있지 않나 생각된다.

이런 분석은 엄청난 개발이 이뤄질 것이란 기대를 갖고 부동산에 투자할 경우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영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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