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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천국 일본에 한국산 본격 진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3면

일본 도쿄(東京)의 이케부쿠로(池袋)역 부근 번화가에 자리잡은 만화.소설전문 출판사 다이카이(大海)사.직원들이 한국산 만화책들을 붙잡고 씨름하고 있다.
『글을 싸는 말풍선을 바꾸는 게 가장 어려워요.가로쓰기인 한국과 달리 일본은 세로쓰기니까요.』 이 출판사의 이사겸 영업부장인 다지마 구니오(田島邦夫.49)는 한국에서 수입한 만화를 일본어로 다듬는 과정에서 말풍선안의 대사부분을 일본식 세로쓰기로 바꾸는 작업이 제일 까다롭다고 말했다.전문번역가에게 의뢰해일본어로 직역한 뒤 다시 독자들의 구미에 맞게끔 의역하는 작업도 손이 많이 가는 일중의 하나다.
그동안 고단샤(講談社)같은 대형출판사들이 발행하는 만화잡지에는 간간이 한국만화가 소개돼 왔다.그러나 단행본을 체계적으로 수입.번역.판매하기는 이 회사가 처음.
다이카이사는 올해안에 모두 24권을 펴낼 계획이다.지난 1월단행본 4권을 시험적으로 만화전문서점에 내놓은 결과 『레인보우』(김재환작).『소마신화전기』(황용수.양경일작)등 2권은 석달사이에 1만부 가까이 팔려나갈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수입가격은판권료.운송료를 포함해 권당 4백50엔(약 3천4백원)꼴로 비교적 저렴한 편이지만 한국에서 일본만화가 판치는 현실을 감안하면 매우 의미있는 일.
일본 독자들의 호평에 힘입어 이달말 2권,다음달에는 또 2권이 출판된다.『개미맨』『기계전사109』『팔용신전설』등 액션물이주류. 『한국만화는 장차 일본만화의 강력한 경쟁상대가 될 겁니다.화풍(畵風)이나 내용이 일본인들의 구미에 맞더라고요.』 다지마 부장은 그러나 한국만화의 단점으로 『스토리 전개가 일본에비해 느린 감이 있다』고 지적했다.그는 앞으로 한국의 전통문화가 담긴 만화도 수입해 펴낼 계획이다.
도쿄=노재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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