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젊은이들 무작정 홍콩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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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영국에서 대학졸업 후 남은 것은 졸업장과 재학기간 빌려쓴 빚뿐이에요.답답한 영국을 빠져나와 생기 넘치는 홍콩에 오기를 잘했어요.귀여운 일본 여자친구도 사귀었구요』.
영국 셰필드에서 대학을 나왔지만 이렇다 할 직장을 구하지 못해 방황하다 지난해 말 홍콩에 온 하워드(25)는 연신 싱글벙글이다.샌드위치 배달과 영어 교사를 겸하다 최근엔 돈많은 일본여자친구도 만났다.영국 최후의 식민지 홍콩은 요 즘 무작정 홍콩으로 몰려드는 영국 젊은이들로 골치를 앓고 있다.영국인에게는무비자 장기체류가 가능한 점을 이용,손쉽게 홍콩에 입국한 이들은 실업자가 대부분.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소매치기와 마약판매에까지 손을 대고 있어 홍콩 경찰이 비상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96년 4월 현재 홍콩 인구 약 6백20만명 중 영국인을 포함한 외국인은 모두 44만7천여명.필리핀인이 13만4천3백명으로 가장 많고 영국인이 3만7천명으로 그 다음이다.
영국인은 5년 전만해도 고위 공무원과 비즈니스맨들이 주류로 약 1만7천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92년부터 영국 젊은이들이 몰려들기 시작,올들어 2~3개월 사이에만 1만명이나 늘어났다.
비자면제에 언어소통이 가능한 점을 바탕으로 마약범들이 득실거리는 침사초이(尖沙咀)에 임시 숙소를 마련,본격적인 홍콩 생활을 시작한다.이들은 대부분 특별한 기술이 없기 때문에 술집 웨이터.웨이트리스로 생활하면서 각종 범죄에도 끼어 들고 있다.
홍콩 경찰은 93~94년에만 절도.마약판매등의 혐의로 2백여명의 영국 젊은이들을 체포했다.
결국 친(親)중국계 입법국 의원들은 최근 영국인들의 무비자 입국 특권을 철회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게 됐다.
홍콩=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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