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소비자 우롱한 승용차 연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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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국산차의 표시연비(燃比)가 실제보다 최고 31.3%나 과장돼있다는 감사원의 조사결과는 분노를 일으킨다.조사결과를 보면 조사대상이 됐던 모든 차종의 표시연비가 하나같이 실제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이는 표시연비와 실제연비의 이런 차이가 측정상.기술상의 오차가 아니라 고의적인 것임을 말해주는 것이다. 조사대상이 됐던 13개 차종 가운데 표시연비와 실제연비의 차이(%)가 한자리인 차종은 2개에 불과했다.대부분이 20%를넘었고,최고 31.3%의 차이를 보였다.이 정도 되면 표시연비라는 것은 한마디로 속임수였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
국산 자동차회사들이 단시일안에 세계적인 제조회사로 성장할 수있었던 것은 국내 시장을 과점(寡占)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그점에서 자동차 제조회사들은 우리 소비자들에게 큰 빚을 지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그런데 좋은 제품의 생산으로 그에 보답하려 하기는 커녕 과점적 지위에 안주하면서 마음놓고 성능을 과장하기까지 하고 있으니 분통이 터질 노릇이다.외국 자동차와 자유경쟁하는 체제였다면 이런 식으로 소비자를 우롱하지는 못했을것이다. 더 개탄할 것은 환경부.상공부 등 관련기관의 처사다.
엘란트라니,세피아니,프린스니 하는 차종이 생산된지가 언제인가.
표시연비와 실제연비에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은 알만큼 알았을테고,조사도 여러차례 했을텐데 어째서 감사원이 지적하기 전까 지는아무런 문제가 안됐는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결국 엉터리 연비표시는 업자의 부도덕과 당국의 묵인이 합작해 빚어낸 결과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감사원은 왜 엉터리 연비표시를 그토록 오래 묵인해 왔는지에 대한 감사도 벌일 필요가 있다고 본다.연비문제 이외에 이번 감사에서는 지프가 소형 화물차로 분류되고 있고,경차의 오염물질 배출허용기준이 터무니없이 높게 돼 있 는 불합리한 점도 지적됐다.이에 대해서도 납득할만한 설명과 시정조치가 아울러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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