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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올림픽 테러 여성 경계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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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중국 신장(新疆)위구르 자치구에서 잇따라 터지고 있는 테러 사건의 행동대원 가운데 상당수가 10~20대 여성인 것으로 드러났다.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찰의 경계심이 적은 데다 훈련을 받을 경우 남성보다 강한 의지력을 발휘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중국 내 정보 소식통들은 베이징 올림픽이 본궤도에 오면서 신장 지역은 물론 중국의 다른 대도시에서도 테러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10일 새벽과 오전 두 차례에 걸쳐 신장위구르 자치구 쿠처(庫車)현에서 발생한 테러 사건 용의자 15명 중 최소한 4명은 10~20대의 젊은 여성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지 경찰은 용의자 10명이 숨졌고, 2명은 붙잡혔고 3명은 추적 중이라고 밝혔는데 사망자 중 3명이 20대 여성이라고 밝혔다. 홍콩 대공보(大公報)는 11일 “사건 후 도주한 용의자 4명 중 여자 3명은 20대 여성이었으며 이들은 모두 자폭했다”고 전했다. 또 현지 인민병원의 한 의사는 “경찰에 체포되는 과정에서 총상을 입어 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고 있는 폭탄테러 용의자 1명은 17세 여성”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경찰과 총격 과정에서 숨진 나머지 7명 용의자 중 젊은 여성이 얼마나 포함됐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에 앞서 3월 7일 우루무치(烏魯木齊)를 출발한 중국 남방항공 소속 여객기 폭파를 시도하다 승무원들에게 붙잡힌 위구르족 용의자도 쿠처현 출신의 19세 여성이었다.

쿠처 현지 경찰은 이들이 신장위구르족 독립을 추구하는 동투르키스탄 이슬람운동(ETIM) 조직원이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조직원 중 상당수가 젊은 여성일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5월 우루무치 경찰이 현지 위구르족 성전(聖戰)훈련소를 급습해 체포한 9명 중에도 20대 여성 한두 명이 포함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ETIM의 젊은 여성 조직원들이 체첸 공화국의 흑과부(黑寡婦)전사의 아류로 분석하고 있다. 그동안 분리주의 활동 과정에서 이미 숨졌거나 활동 중인 ETIM 조직원 가족 중 젊은 여성들이 본격적인 테러 활동에 가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경찰은 지금까지 확인된 ETIM 조직원 사망자나 친척 중 젊은 여성들의 행적에 경계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체첸공화국의 흑과부들은 러시아 정부와 전투를 벌이다 사망한 군인의 부인이나 딸·여동생 등으로 검은 상복을 입은 채 복수를 맹세하고 테러에 나선 것으로 유명하다. 2002년 10월 모스크바 한 극장에서 800여 명의 관객들을 잡고 벌인 인질극은 바로 흑과부 요원들이 주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듬해 7월에 벌어진 모스크바 교외 음악당 자살테러 사건도 흑과부 요원들이 주도했다.

홍콩의 한 정보소식통은 11일 “현재 신장 지역은 모두 봉쇄돼 있어 내부에서 테러사건이 계속되고 있다”며 “2~3년 전에 신장을 떠나 중앙아시아에서 테러 교육을 받은 위구르 테러단체의 다양한 조직원들이 중국 내륙에 잠입해 있을 가능성이 커 올림픽 관련 테러가 대도시에서 일어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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