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궁 예비부부로 몸살-사진찍기 법석 유적.나무들 마구훼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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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경복궁 관리사무소 직원 姜모(47)씨의 월요병은 궁내 향원정(香遠亭)앞 목조 구름다리(醉香橋)앞에서 시작된다.
평생에 남을 멋진 한 장면을 결혼사진첩에 남기기 위해 몰려드는 예비 신랑.신부들이 다리를 마구 밟아 상판에 직경 10㎝가량의 구멍 두개가 나 있는 것을 이번 월요일에도 어김없이 보게됐기 때문.
姜씨는『구름다리에 올라서지 못하도록 목조 방책을 세워놓았지만극성 촬영객들 때문에 별로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결혼시즌을 맞아 주말마다 결혼 예복을 걸친 촬영객들로 서울시내 각 고궁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특히 주말 하루에만 1백여쌍의 예비부부와 쌍마다 따라붙는 사진관.결혼드레스 숍 직원 5~6명등 모두 7백~8백명이 북새통을 이루는 덕수궁 의 피해가 가장 심하다.
예비부부가 서로 팔을 걸치고 사진을 찍는 장소인 덕수궁내 중화전(中和殿)에는 문 창호지가 성할 날이 없다.또 배경이 좋기로 손꼽히는 궁중 유물전시관 앞 단풍나무는 나뭇가지 사이로 목을 내놓고 사진을 찍는 바람에 가지가 부러지는 ■ 은 물론 나무껍질이 반질거릴 정도다.
고궁마다 마구 버려진 쓰레기에다 잔디밭 훼손도 심각하다.
창경궁내 석조 옥천교(玉川橋) 아래에는 갖가지 비닐이나 캔등쓰레기가 둥둥 떠다니는등 명당수(明堂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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