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출직 공무원도 선거중립 의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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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최근 공무원의 선거중립의무를 규정한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9조.86조)을 엄격하게 적용한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은 선거법상 중립 의무를 준수해야 하는 '공무원'에 선출직 공무원인 대통령도 포함되는지가 노무현(盧武鉉)대통령 탄핵재판에서 중요 쟁점이 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대법원 형사1부(주심 李揆弘대법관)는 2002년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별정직 공무원과 함께 자신의 시장 선거운동을 기획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된 김선기(金善基) 전 평택시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최근 벌금 1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0일 밝혔다.

공직선거법(86조 1항 2호)은 '자치단체장은 선거운동의 기획에 참여하거나 관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국회의원은 전 국민을 대표하는 대의기관으로서 본질적으로 전문 정치인인 반면 지방자치단체장은 집행기관으로서 지위와 성격 및 기능에서 국회의원과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공무원과 법률이 정하는 사회단체장 등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는 것을 금지하면서 국회의원과 보좌관.비서관 등은 예외로 인정한 공직선거법(86조) 규정이 평등권을 침해했다"는 金전시장 측 상고이유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즉, 국회의원과 보좌진을 86조의 적용을 받지 않는 예외적 공무원으로 규정한 것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것이다.

탄핵재판에 참여하고 있는 소추위원 측은 이번 대법원 판결문을 헌재에 증거자료로 제출할 방침이다. 이 판결문을 심판의 참고 자료로 삼을지는 헌재의 고유권한이다.

盧대통령은 지난 2월 방송기자클럽 초청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뭘 잘해서 열린우리당이 표를 얻을 수만 있다면 합법적인 모든 것을 다하고 싶다"는 등의 말을 한 바 있다.

소추위원 측은 이 발언이 공무원의 선거중립 의무를 규정한 공직선거법(9조.86조) 위반이라며 탄핵소추 의결서에 포함시켰다. 이에 대해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대통령이 기자회견 등에서 한 답변은 공직선거법 86조의 선거관여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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