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개방 협상 내달 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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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쌀 시장의 개방 여부를 다루는 협상이 다음달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농림부는 20일 "미국과 이집트가 쌀시장 개방 협상에 참가하겠다는 의사를 알려왔다"며 "다음달부터 협상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쌀 수출국들과 양자 간 협상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협상 참가 통보 마감일인 이날까지 협상 의사를 밝힌 국가는 미국.중국.호주.태국.이집트.아르헨티나 등 6개국이다.

쌀 시장 개방 재협상은 1995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에서 우리나라가 쌀에 대해 예외적으로 시장 개방을 10년간 유예받은 데 따른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관세화(외국산 쌀에 대해 국내외 가격의 차이만큼 관세를 매겨 시장을 개방하는 것)를 10년간 미루는 대신 쌀 수출국들에서 국내 소비량의 1~4%에 달하는 일정물량(최소 의무 수입물량, MMA)만을 수입해 왔다.

이 유예기간이 올 연말로 끝남에 따라 정부는 재협상에 참여하는 6개 국가와 협상해 시장 개방을 계속 미룰지(관세화 유예) 또는 시장을 열지를 결정해야 한다. 협상이 연말까지 타결되지 않을 경우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상 내년부터 자동적으로 시장이 개방된다는 것이 농림부의 해석이다.

김주수 농림부 차관은 "이번 협상에서 시장 개방을 다시 미루는 데 최대한 노력하겠지만, 협상 상대국이 과도한 대가를 요구할 경우 명분보다 실리를 확보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 16일 농림부.외교통상부.재정경제부 등 8개 정부 부처가 참여하는 '쌀 협상 대책 실무추진단'을 구성하고 협상 준비에 들어갔다.

그러나 시장 개방을 하더라도 국산 쌀 가격이 중국 등 외국산 쌀보다 3~7배가량 높아 상당히 높은 수준의 관세를 매겨야 하는 데다, 시장 개방을 미루려면 의무 수입물량의 대폭 확대 등 양보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농민단체들은 여전히 쌀 시장 개방에 극력 반대하고 있어 개방 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에 적지 않은 마찰이 예상된다.

협상 참가 의사를 밝힌 6개국 중MMA를 통해 우리나라에 제한적으로 쌀을 수출한 실적이 있는 나라는 중국.미국.태국.호주 등 4개국이다. 지난해의 경우 중국은 11만5000t으로 한국에 가장 많은 양의 쌀을 수출했고, 미국(5만5000t), 태국(3만t)의 순이었다.

홍병기.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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