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협정 단일文案化 4者회담 방안-交戰당사자입장 고루반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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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정부는 북한이 손성필(孫成弼)주러시아대사를 통해 4자회담 제의를 거부했지만 「언젠가는」받아들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북한의 처지에 서서 계산하더라도 손해볼게 없는 만큼 결국은 수용하리라는 것이다.
또 북한을 「유인」하기 위한 한.미 양측의 다각적인 준비도 돼있다는 설명이다.
그 유력한 하나의 방안으로 검토되는 게 한국전 교전 당사국들이 협정을 맺고 이 4개 협정등을 최종합의문에 담는 방식이다.
남북한 평화헌장,북.미 평화협정,한.중및 미.중 평화협정을 하나의 합의문안에 담아넣음으로써 관련국,즉 교전 당 사국들의 입장을 고루 반영한다는 것이다.
우선 남한은 평화헌장을 통해 「당사자간 대화원칙」과 「북.미평화협정 체결때 남한 소외 반대」라는 입장을 지킬수 있다.남북한간의 특수관계를 고려해 협정이 아닌 헌장이 채택되는 것일뿐 북한을 당국자간 대화의 장으로 유도해 내는 효과 는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북한은 그들이 끈질기게 요구해온 미국과의 평화협정체결이 포함돼 있어 그들의 입장도 상당히 반영된다.북한이 4자회담에 응해올 것으로 한.미가 낙관하는 것도 이런 때문이다.
미국으로선 남북한의 주장을 어느정도 충족시키면서 냉전시대의 마지막 잔재를 청산하는 소득을 올릴수 있는 것이다.
이는 오는 11월 대선에 훌륭한 득표전략이 될 수 있다.
이 제안을 통해 가장 짭짤한 「불로소득」을 올리게 되는 측은중국이다.미국의 대북영향력 확대를 줄곧 경계해온 중국은 4자회담에 참여하게 됨으로써 한반도 평화체제 전환의 주도적 역할을 할당받아 한반도문제와 관련해 나름대로의 지렛대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뿐만 아니라 4자회담에서 제외된 러시아의 대북영향력도 견제할 수 있게 된다.별 힘들이지 않고 상당한 이익을 챙기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4개의 협정을 하나의 합의문에 담는다는 4자회담 구도에서도 한국이 배제될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니다.관련국들은 초기에만 협상테이블에 둘러앉을뿐 회담이 본궤도에 오르면 북.미간에만 협상이 전개되고 나머지는 유명무실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더구나 북한이 91년 서명된 남북기본합의서의 상호불가침조항을 들어 남북평화헌장 체결이 필요치 않음을 주장하면서 회담을공전시킬 경우 남한의 입지가 미묘해지고 자칫 「당사자간 대화원칙」이 깨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이유등으로 한국전 교전 4국간의 협정을 하나의 최종 합의문에 묶어 평화협정을 맺는 방안은 한국정부보다는 미국이 더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한국정부도 4자회담의 성사를 위해서는 굳이 조건을 달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관련당사국들,특히 북한이 응한다면 가장 유력한 방식이 될수 있다.
김용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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