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극 "라구요"젊은 관객 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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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강산에의 노래 『라구요』를 모티브로 한 극단 작은신화의 창작극 『라구요』(김대현 작,반무섭 연출)가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키며 관객들의 박수갈채를 받고 있다.
6일부터 20일까지 보름간 대학로 문예회관 소극장에 마련된 이번 공연엔 매회 20대의 젊은 관객들이 줄이어 객석을 채우고있는 것.관객들은 또 『가수 강산에의 노래 「라구요」가 이렇게가슴아플 줄 몰랐다』『분단의 아픔을 해학적으로 또 애달프게 잘보여준 공연이었다』며 대체적으로 흡족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편 이번 무대는 대학로에서는 드물게 시도된 「관객들이 고른연극」이란 점에서 더욱 눈길을 모은다.「우리 연극 만들기」를 추진하고 있는 극단 작은신화가 지난해 가을 3개 공연을 1백명의 자원 관객 대표단에게 선보였는데 이중에서 7 2표를 얻어 공연작으로 선정된 무대가 바로 『라구요』.비록 적은 숫자지만 공연에 관심있는 관객 대표단에 의해 예견된 무대와 객석의 특별한 교감이 사실로 확인된 셈이다.
『라구요』는 6.25를 소재로 분단의 아픔을 그린 작품.관객들에게 지나치게 익숙하다는 점에서 6.25는 감동을 불러일으키기 어려운 소재지만 강산에의 노래 『라구요』처럼 현대적인 감성으로 풀어낸 무대가 돋보인다.
이북출신 아버지와 음악을 사랑하는 아들.얼핏 보면 별 상관관계가 없어 보이는 평범한 부자관계가 전쟁.가족.사랑과 상처 등의 얘기들을 탄탄하게 끌어나간다.
과거의 기억에 얽매여 현재와 미래를 반납한 전쟁세대 아버지에대한 아들의 증오,자기 외에는 역사와 통일에 관심없는 아들에 대한 아버지의 분노는 세대간 단절은 물론 아픔이 아픔을 낳는 비극적 상황을 보여준다.
그러나 극중에서 전쟁세대와 전후세대의 갈등은 웃음 속에 파묻혀 그 모습을 드러낸다.관객들의 웃음이 터지는 대목은 아버지 이성민의 초혼 첫날밤 풍경.초야의 설렘과 긴장을 해학적 분위기로 펼쳐낸 이 장면은 깊고 어두운 상처를 관객들에 게 애틋하게전한다. 치유되지 않은 마음의 상처를 드러내 듯 푸른 주름으로디자인된 무대와 오히려 밝은 색채로 극의 무게를 덜어낸 음악도돋보인다.극중에서 노래 『라구요』는 막이 내리며 단 한번 나온다.이때 흘러나오는 『라구요』는 아버지 세대의 얘기를 「…라구요」라며 간접 화법으로 밖에 전할 수 없는 우리 현실의 아픔이다.764-3380.
글=이은주.사진=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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