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배칼럼>3金의 선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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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4.11총선이 주는 겉보기 의미는 모순되고 혼란스럽다.지역할거주의는 더 심화됐다.3金타파를 주장한 민주당은 몰락했다.12.12쿠데타와 관련돼 옥중출마한 인사와 부패혐의자들이 당선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 혼란스러움 속에도 분명하게 잡혀지는 가닥들이 있다.그것은 3金으로 상징되는 구정치에 대한 환멸과 새로움에 대한강렬한 욕구,그리고 안정을 요구하는 신보수화 성향이다.이런 요소들이 집약적으로 나타난 것이 바로 신한국당의 서울 승리다.
이번 선거에서 각당은 전체 의석의 38%를 차지하고 있는 서울과 수도권을 주전장으로 삼았다.각당 수도권 전략의 가장 핵심은 말할 것도 없이 지역감정이었다.국민회의의 호남 몰표작전과 이를 저지하려는 신한국당의 억제전략이 포인트였다.
국민회의는 당연히 그들이 서울을 싹쓸이할 것으로 보았다.서울시민중 호남출신이 22%이고,원적(原籍)까지 치면 대체로 30%로 계산된다.만약 투표율이 저조한 상황에서 지역바람이 제대로불기만 하면 DJ가 지원하는 국민회의 후보는 모 두 당선되리라는 것을 그들은 전혀 믿어 의심하지 않았다.DJ가 본격적으로 선거에 간여했던 지난 88년 13대 선거때 DJ는 당시 평민당후보들을 지원하면서 『이 사람 나도 잘 모르지만 나보듯이 찍어달라』고 호소했고 그 한마디로 투표 의 방향이 결정되곤 했다.
투표율이 고작 60.5%밖에 안되는 이번 서울투표에서 호남표가 예전처럼 단결해 또 몰표현상을 보였더라면 아마도 서울과 그외곽도시들에서 국민회의의 전승이 이뤄졌을 것이다.DJ가 전국구14번에 나선 것도 호남표를 최대한 동원하려는 전략이었다.그러나 그가 믿었던 호남출신들은 60%정도만 투표장으로 갔다.또 호남몰표를 우려해 다른 지역의 40~50대가 적극 투표에 나서는 역(逆)지역바람현상도 보였다.서울의 국민회의 중진들이 줄줄이 낙선한 것도 호남몰표라는 환상 에 너무 안주했던 탓일 것이다. 그러나 지역풍보다 보수풍이 더 강하게 분 것이다.북한의 판문점 무장병력 진입사건으로 분 북풍(北風)에 투표 전날 운동권들이 서울도심의 교통을 마비시키다시피 하면서 벌인 장례식인가하는 것이 상승작용을 일으켜 보수층으로 하여금 「눈 감고 1번을 찍는」 현상을 불러일으킨 것이다.자민련의 약진도 이런 보수바람의 곁바람을 탄데 불과하다.
그런 점에서 신한국당의 서울승리는 말하자면 소극적 승리,반작용(反作用)의 승리라고 볼 수 있다.이회창(李會昌)씨나 박찬종(朴燦鍾)씨가 부르짖은 신보수와 3金청산-새정치의 주장이 반사적 선택을 가능케했기 때문이다.김영삼(金泳三)대통 령이 염색했던 머리카락의 본래 색깔을 드러내면서 스스로 세대교체의 대상임을 강조하기까지 했다.
결과적으로 그것이 적중한 것은 YS에게는 전술적인 승리다.하지만 큰 정치의 틀로 볼 때는 그 역시 청산돼야 하는 구정치에포함된다는 점에서 역설적 승리이기도 한 셈이다.이번 총선을 두고 「YS의 소패배,DJ의 대패배」라고 한 외국 신문의 보도는바로 그런 점도 염두에 둔 것인지 모르겠다.
서울에서 나타나기 시작한 지역주의 거부현상이 그렇게 쉬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DJ가 다시 대선에 도전한다고 해도 말이다.
특히 그의 상대가 3金청산과 개혁과 새로운 정치를 상징하는 인물이 된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J P가 선거결과를 그의 약진의 발판이라고 믿는다면 참으로 시대착오적으로 비칠 것이다.
이번 선거는 혐오와 반감을 바탕으로 한 3金정치가 한계점에 이른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따라서 그들은 그들의 카리스마와 정치적 지혜를 동원해 새로운 정치의 물꼬를 터주는 역할을 마지막 과업으로 삼아야 한다.YS는 뒤범벅이 돼 있는 신보수-개혁논리를 명확하게 정리하고,당을 새로운 신진으로 편성함으로써「깜짝 놀랄 세대교체」를 실현할 의무가 있다.DJ 역시 지역감정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대안을 내놓을 수 있도록 야당체제의재편과 대통합을 밀어줘야 할 것이 다.
(편집국장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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