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생명의 화가' 오지호 유작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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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회화는 빛의 예술이다.태양에서 생겨난 예술이다.빛을 통해서본 생명이 곧 회화인 것이다.』 38년 발간된 『오지호.김주경2인화집』 말미에 고(故)오지호(吳之湖.1905~82)화백이 적어놓은 이 「회화론」은 그의 일생을 관통하는 작품세계를 가장잘 표현하고 있다.
작고 3년만인 85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첫번째 유작전 이후 작품을 볼 기회가 별로 없었던 빛과 생명의 화가 오지호 유작전이 15일부터 27일까지 서울강남구신사동 예화랑에서 열린다. 이번 유작전에는 50년대부터 70년대까지의 유화 40여점이 소개된다.6.25전쟁으로 인해 초기작 대부분이 소실된 것을감안하면 거의 전생애의 작품을 보여주는 셈이다.
吳화백은 2세대 서양화가다.고희동이 한국 최초의 서양화가로 일본을 통해 유화를 한국에 소개했다면 오지호는 1세대 서양화가들의 작품에 묻어 있던 일본 감성을 완전히 떨쳐버리고 한국 서양화의 출발을 예고했다.단순한 서양화 기법의 차용 에서 한발 나아가 한국의 모습을 가장 한국적으로 그린 최초의 한국 서양화가인 셈이다.
吳화백은 휘문고보에 다니며 당시 미술교사로 재직중이던 고희동을 만나면서부터 서양화에 관심을 가졌다.이후 도쿄 유학을 통해흔히 19세기 서구 인상파와 비교되는 자신의 작품세계 방향을 잡았다.실제로 26년 입학한 도쿄미술학교 재학 당시 인상파의 색채관에 영향을 받아 「빛은 곧 색(光卽色)이며 「색은 곧 빛(色卽光)」이라는 그의 회화론을 확립했다.본격적인 화가의 길은31년 졸업과 동시에 귀국한 후부터 시작된다.吳화백은 82년 작고할 때까지 40여년의 화업(畵 業)을 통해 인상주의의 빛을완벽하게 소화하고 한국,특히 고향 전라도의 따스한 태양과 빛에서부터 생명력 넘치는 독자적인 화풍을 이룩했다.시기별 작품의 특징을 보면 광복 이후에는 형태를 색면만으로 평평하게 처리하고윤곽을 굵은 선으로 처리한 작품이 눈길을 끈다.50년대 중반엔장식적으로 보이는 강조된 윤곽선에서 벗어나 점차 사용을 자제한다.60년대초 작품은 거친 붓 터치와 단순화된 형태감각으로 마치 추상화 같은 느낌의 작품으로 바뀌며 60년대말.70년대초에는 항구를 배경으로 바다와 배를 그린 작품이 많이 있다.
이번 전시는 모든 경향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대규모 전시가될 것으로 기대된다.(02)542-5543.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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