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kholic] “결식아동 도우려 국도 1호 498㎞ 걸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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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걸어서 국도 1호 완주에 도전한 안기향(中)씨와 딸 신민주(左)씨, 아들 재오군. [안기향씨 제공]

판문점에서 목포까지 국도 1호 498km 전 구간을 4년 동안 나눠 걷고 있는 가족이 있다.

충남 천안에서 꽃가게를 운영하는 주부 안기향(47)씨와 딸 신민주(19·공주영상대 1년)씨, 아들 재오(17·천성중3)군 등 일가족 3명. 이들은 지난달 29일부터 8월1일까지 전남 장성에서 무안군 청계면까지 83km를 걸었다. 이로써 498km 가운데 무안에서 목포까지 25km만 남았다. 안씨 가족은 이 구간을 광복절인 15일에 마저 걷기로 했다. 안씨는 “애초 8월1일까지 완주할 생각이었으나 아이들이 무더위에 지치고 힘들어 하는 것 같아 마지막 구간 주파를 잠시 미뤘다”라고 말했다.

이들이 국도 1호 걷기에 도전한 것은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안씨는 14년 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남편을 대신해 자녀에게 강인함을 키워주려고 도보 행군을 생각해 냈다. 그는 “’아빠 몫까지 다해서 자식을 키우겠다’고 다짐한 뒤 자식들에게 국도 1호 도보 행군을 제안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자녀와 함께 집 근처 초등학교에서 ‘행군 훈련’을 했다. 목포에서 판문점까지 사전답사도 다녀왔다. 그 뒤 겨울과 여름 방학 기간을 이용, 한 차례 50∼100km를 행군했다. 2005년 여름방학엔 천안에서 서울 여의도 63빌딩까지 100km를 걸었다. 이듬해 여름방학에는 서울서 임진각까지 54km를 주파했다.

안씨 가족은 국도 1호를 걸으면서 결식아동 돕기 성금으로 400여만원을 모았다. 모금 안내문을 만들어 걷는 도중 만나는 사람에게 배포했다.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 점심을 못 먹는 학생이 있을 테니 도와달라”라고 호소했다. 1km 걸을 때마다 1000원씩 모으는 방식이었다. 모금에는 200여 명이 참여했다. 안씨는 이 돈으로 지금까지 천안지역 중·고생 4명에게 매달 급식비 3∼4만원을 각각 지원하고 있다.

안씨는 “행군으로 건강과 용기를 얻은 것은 물론, 아이들이 어른스러워지고 정신력도 강해진 데다 다른 사람까지 도울 수 있어 흐뭇하다”라고 말했다.


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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