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4.11총선 이후 정국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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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15대 총선 결과가 밝혀진 15일 오전 본사는 신정현(申正鉉.한국정치학회장)경희대교수와 유세희(柳世熙.전 한국정치학회장)한양대교수,장달중(張達重)서울대교수 등을 초청,좌담회를 가졌다.당초 예상을 깨고 신한국당의 선전으로 나타난 이 번 선거 결과를 두고 이들은 3金씨,특히 김대중(金大中).김종필(金鍾泌)씨의 쇠퇴를 예견하며 대권경쟁을 둘러싸고 앞으로 정국이 혼란을빚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편집자註] ▶유세희(柳世熙)교수=총선 결과는 국민회의가 예상보다 10석가량 부진하고 신한국당이 다소 선전한 것으로 평가됩니다.앞으로 무소속 의원들을 영입하면 안정과반수는 확보할 전망입니다.
▶신정현(申正鉉)교수=동감입니다.이번 선거의 특징은 우선 야당이 내건 견제와 선명성보다 신한국당이 내건 안정속의 개혁 주장에 유권자들이 기울었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지역성이 매우두드러지게 나타났으며 정치변화에 대한 욕구가 두 드러진다는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집권당의 선전 이유중 하나는 야권의 분열,야권후보의 난립을 들 수 있습니다.그밖에 대만사태로 리덩후이(李登輝)총통이 득을본 것과 마찬가지로 판문점사태로 인한 북풍(北風)의 영향도 있었습니다.
▶장달중(張達重)교수=저는 좀 다르게 봅니다.이번 선거는 여당의 선전이라기보다 국민회의의 패배로 규정해야 합니다.특히 역대 선거와 비교할 때 국민회의는 수도권에서 대패했습니다.이번 선거는 안정과 변화와 같은 쟁점대립이 전혀 없었다 는 점이 두드러진 특징입니다.투표율이 크게 낮았다는 점이 이를 잘 보여줍니다. 결국 지역성과 조직력.자금력이 어느 때보다 선거 결과를좌우하는 중심변수였습니다.
▶柳=국민회의가 기대에 못미친 이유는 무엇이라고 봅니까.
▶張=YS에 대한 지지도가 폭락한 것은 개혁내용보다 스타일에대한 반발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DJ도 마찬가지 오류를 범했습니다.6.27 지자체선거 이후 분당을 통해 1인 지배정당체제를갖춘데 대해 유권자들이 불만을 가졌다고 봅니다 .민주당과 국민회의가 하나의 야당으로서 선명성을 주장했으면 유리했을 것입니다. 신한국당은 이회창(李會昌).박찬종(朴燦鍾)씨의 영입으로 미래지향적인 모습을 보여준 반면 국민회의는 구태의연한 모습을 그대로 답습한 셈입니다.그 결과 지역표 이상의 득표에 실패했습니다. ▶申=야당의 집권당에 대한 견제 호소가 유권자들에게 먹히지 않았습니다.과거처럼 민주 대 반민주의 구도같은 것도 없었고전체적으로 보면 정치적인 안정요구가 특징입니다.
한편으로는 집권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갖는 잣대가 이중적이라는 점도 지적할 수 있습니다.정치적인 안정과 기성정치에 대한변화라는 두가지 기준이 동시에 적용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반(反)독재 심리로 무조건 야당을 지지하던 시대가 지났고 오히려 새정치에 대한 기대가 집권당내의 변화에 대한 기대로 모아졌습니다. ▶柳=자민련에 대해 얘기해보시죠.국민회의나 민주당에 비하면 자민련은 그런대로 기대치를 달성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지역주의와 소외된 5,6공 세력에 대한 지지,즉 TK정서가 자민련에 대한 기대로 나타났습니다.자민련의 선전은 총선 이 후 대선정국과 관련해 양金의 향방에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DJ가 기대치에 못미쳤다는 점은 3金이 아닌 양金의 쇠퇴를 앞당길 가능성이 있습니다.JP의 위상은 DJ의 위상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DJ가 대선에서 비중을 가질 때 JP도 비중을가질 수 있습니다.따라서 DJ의 위상이 약화되면 JP의 위상도약화됩니다.
▶張=자민련의 약진은 한국 사회의 기득권세력중 소외세력의 폭이 크다는 것을 보여줍니다.이는 더이상 중앙의 명령이나 지시에따라 움직이지 않는 정치패턴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의미합니다.국민회의의 전국화가 실패했다는 사실은 국내에 더이 상 소선구제에근거한 양당정치의 기반이 없어졌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이번 선거는 역대선거중 지역감정이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난 선거입니다.문민정부의 과제는 지역주의를 넘어 국민국가적 정치시스템을 갖추는 것인데 결과는 지역구도가 더 강화된 모습으로 나타났습니다.이를 극복하는 것이 한국 정치의 최대 과 제로 남게 됐으며 YS정부는 남은 임기동안 심각한 반성을 해야할 것입니다. ▶申=자민련은 내각제와 캐스팅 보트 역할을 내세웠습니다.내각제 주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기성세력중 내각제 동조세력이 있기 때문입니다.그러나 캐스팅 보트 역할은 약해질 것입니다.캐스팅 보트는 3당의 세력이 비슷할 때 가능한데 신한국당이과반수를 확보하는 상황에선 의미가 없습니다.자민련에서는 당내 정비문제가 대두되고 TK가 부상해 JP의 1인지배체제 양상은 약화될 것입니다.
이 점은 DJ도 마찬가지입니다.대선에서 DJ가 갖는 기대치가줄어들게 됨으로써 「포스트 DJ」포석의 일환으로 당내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큽니다.호남 이외 지역의 실패에 대한 반성으로역학구도 변화가 모색될 것이고 이는 DJ위상의 약화를 의미합니다.DJ는 약세를 만회하기 위해 YS에 대한 공세를 강화할 것입니다. ▶張=양金의 입지는 실질적인 권력행사 측면과 정치적인영향력 측면이라는 두가지 면이 있습니다.당내 역학에서는 양金의입지가 약화될 지 몰라도 전반적인 정치판도에서는 양金의 역할이유지될 것입니다.지역판도가 심화되면 될수록 양金의 지지 없이는누구도 포스트 양金으로 등장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柳=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저는 양金이 쇠퇴할 것으로 봅니다.이번 선거에서 양金은 공천권을 행사함으로써 강력한 권한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그러나 대선에서 실패할 가능성이 커졌고 16대 총선때가 되면 DJ나 JP의 연령도 많아져 권한이 약해질것입니다.이번 선거에서 지역성이 강하게 부각됐지만 앞으로는 지역구도도 쇠퇴할 것입니다.
지역주의는 3金구도를 바탕으로 하는데 3金의 약화로 지역주의를 대변할 인물이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張=지역주의를 3金과 연계시켜서만 생각하는데 반대합니다.오히려 우리의 근대화 과정에서 있었던 경제.사회의 변화에 따른 정치현상입니다.이렇게 볼 때 3金 이후 지역주의는 더욱 강화될가능성이 큽니다.국민국가적 정치구조를 만들기 위 한 개혁 없이는 지역주의를 극복하기 어렵습니다.이번 선거를 통해 지역성이 더욱 강화됨으로써 3金이 정치 일선에서 퇴진한 뒤에는 더욱 혼란이 빚어질 것으로 봅니다.
▶申=지역주의는 근대화 과정의 구조적 문제와 관련이 있기는 하지만 지역주의가 심화된 것은 3金구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따라서 3金이 사라진 이후 지역마다 혼란이 온다면 그 자체로 지역구도는 깨지는 것입니다.경직된 지역성이 줄 면서 여야가지역별로 확연히 구분돼 나타나는 현상도 줄게 될 것입니다.
▶張=시민사회의 발달이 지역공동체의식을 대체할 것이라는 낙관론을 펴시는데 저는 비관적입니다.지역성을 깰 수 있는 것은 집권세력의 의식적인 노력 뿐이라고 봅니다.
▶申=정계개편과 관련해 지역구도의 완화문제는 집권당내의 지역구도가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집권당은 무소속을 끌어들여 과반수를 확보함으로써 잔여임기를 마무리하려 할 것이므로 겉으로 드러나는 정계개편은 소폭이 될 것입니다.그러나 앞으로 벌어질 대권경쟁과 관련해 집권당내에는 매우 복잡한기류가 흐르고 있습니다.이것이 큰 폭의 정계개편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앞으로의 정국 불확실 결국 정당의 해체와 재결합 현상이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특히 신진세력이 대거 진출했는데 이들은기존의 구도를 깨뜨리려 할 것입니다.이회창씨 등 영입인사를 중심으로 재편현상이 있을 수도 있고….결국 총선 이후 전망은 한마디로 불확 실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張=집권당내에 수도권 대 부산권의 대결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柳=여권은 경선을 통해 대권주자를 정하게 되지 않을까요.이 경우 이회창씨는 지역정치기반이 없다는 게 약점이 됩니다.여권은 대권경쟁과 더불어 혼란 속에 빠질 가능성이 많은데 이는 야당에도 영향을 미칠 겁니다.이 경우 경제나 남북관 계 등이 국내정치에 볼모가 되면 큰 문제입니다.
▶申=부산권은 하나가 아닙니다.서울권도 마찬가지입니다.오히려지역성이 아닌 다른 요소에 의해 합종연횡(合縱連衡)이 진행될 것입니다.이회창씨처럼 지역기반이 없는 경우 오히려 지역성과 분파성의 연합을 통해 권력기반을 갖출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정리=강영진.배명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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