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은의 골프야 놀자] 15. 티 높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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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샷을 할 때 티펙(tee peg)의 높이를 어떻게 조절하세요? 상식이지만 똑같은 스윙을 할 때 티가 높으면 하이볼이, 낮으면 크루즈볼이 나오게 되지요. 즉 티의 높이가 탄도와 구질을 좌우해요. 그러니 우드샷이냐 아이언샷이냐에 따라, 또는 바람의 움직임이나 공을 보낼 페어웨이(또는 그린)의 상황에 따라 높낮이에 변화를 줘 원하는 구질을 만들어내는 것도 중요한 테크닉입니다. 먼저 드라이브샷을 볼까요?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드라이버 헤드 위로 공이 절반쯤 올라오도록 하는 게 바람직해요. 드라이브샷뿐 아니라 모든 우드샷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진A'처럼 헤드의 톱이 볼의 중심과 일직선이 되도록 티펙을 꼽는 거예요. '사진B'에서 볼 때 ②번 정도가 되겠지요. 하지만 항상 좋은 날씨에 골프를 하는 건 아니잖아요. 특히 세찬 맞바람 때문에 어려움을 겪은 경험이 있으실 거예요. 저는 2000년 제주도에서 열린 핀크스컵 한.일 여자골프대회 때가 기억에 남아요. 공이 역풍을 뚫고 나가게 하기 위해 낮게 깔리는 로샷(low shot)을 해야 했어요. '사진B'의 ③번 정도로 티를 낮게 꽂았지요. 그 경우 샷도 조금 달리해야 해요. 평소보다 두 발의 간격을 약간 좁히고 백스윙을 4분의 3만 한다는 기분으로 공을 짧게 밀어치는 거지요. 훈련을 거듭하면 잘 활용할 수 있어요.

로샷은 맞바람이 불 때만 구사하는 건 아니에요. 날씨가 건조해 페어웨이 잔디가 바싹 말라붙거나 겨울에 지면이 단단히 얼어붙었을 때도 효과가 있어요. 공이 지면 위에 떨어진 뒤 많이 구르도록 해 거리를 늘리는 거지요. 한데 아마추어 골퍼들 중에선 로샷을 하기 위해 티를 오른발 쪽으로 놓는 경우도 있더군요. 저는 그 방법은 권하고 싶지 않아요. 클럽 페이스가 열린 상태에서 임팩트가 돼 공이 오른쪽으로 휘는 슬라이스가 나기 쉽거든요. 반대로 '사진B'의 ①번처럼 티를 높게 꽂으면 대개 공이 높이 뜹니다. 뒷바람이 불 때 구사하면 좋아요. 공중에서 공이 뒷바람을 타고 멀리 날아가게 되지요. 이해가 되셨나요?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런 원리를 머릿속에 두고 충분한 연습을 해야 한다는 거예요. 섣불리 티의 높이를 조절했다가 공을 제대로 맞히지 못하면 오히려 손해잖아요. 아이언으로 티샷을 할 때 티의 높낮이는 어떻게 조절할까요. 프로들 가운데는 쇼트홀에서 티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요. 아이언샷의 경우 우드샷과 달리 공을 먼저 때린 뒤 공 앞부분의 디벗을 뜨는, 이른바 앞땅을 치는 샷을 하기 때문에 꼭 티가 필요하지는 않기 때문이죠. 하지만 지면 상태가 고르지 못한 경우도 있으므로 아무래도 티를 꽂는 게 더 좋아요. 티를 사용하면 지면의 저항도 적어지고, 뒤땅을 칠 염려도 줄어들거든요. 대개 2~5번 롱아이언은 1㎝ 안팎의 높이로 티를 꽂습니다. 그러면 백스핀이 줄어 거리도 많이 나게 돼요. 반면에 그린에 떨어져 바로 멈춰야 하는 쇼트아이언으로 갈수록 공을 지면에 밀착시켜 정교한 임팩트를 하는 게 좋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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