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떠나는 JP, 막내린 3金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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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자민련의 김종필 총재가 정계를 은퇴했다. 총재직도 사퇴했다. 정치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나 그가 되돌아올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金총재의 퇴장은 쓸쓸해 보인다. 개인적으로 의욕을 보인 우리 정치 최초의 10선 고지 달성은 불발에 그쳤다. 자민련은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받지 못했고, 지역구 4석이 전부인 미니 정당 신세다. 내각제의 꿈도 현재로선 물거품 국면이다. 오랜 기간 정국운영의 한 축으로 캐스팅 보트를 쥐었고, 'JP 가는 곳에 정권이 있다'던 그의 퇴장은 허망했다. 그는 "서쪽 하늘을 벌겋게 물들이고 싶다"던 소망을 접고 부슬비 오는 날 43년 정당생활을 마감했다.

金총재의 퇴장에는 감회만 있지 않다. 상당한 정치사적 의미가 있다. 그는 '마지막 3김'이다. 그와 함께 우리 정치를 좌지우지하던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8년과 2003년 각각 정계를 떠났다. 따라서 그의 은퇴는 3김 시대가 완전히 끝나고 명실상부한 새 정치시대가 열렸음을 뜻한다. '세상이 많이 바뀌는 듯하지만 조금씩 변하고, 대신 그 변화는 누구도 거스를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한다.

3김은 우리 정치에 공과를 남겼다. 산업화와 민주화가 그 밝은 면이다. 반면 보스정치.지역패권주의.금권정치 등은 그늘이다. 그들이 패권을 다투던 시절, 선거 한 번 하고 나면 통화량이 늘어날 정도였다. 지지 기반에서는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이라고 해서 돈보따리를 싸든 공천 지망생들로 문턱이 닳았다.

이를 감안하면 마지막 3김인 JP를 퇴장시킨 민의가 무엇인지는 분명하다. 17대 국회에선 3김정치의 부정적 유산들을 깨끗이 청산하라는 명령이다. 선거법.정당법.정치자금법 등을 한번 더 정비해 기득권 유지 등 남아 있는 독소조항을 털어내고 한 단계 발전된 정치를 펴라는 주문이다.

영욕(榮辱)을 뒤로 하고 떠나는 金총재에겐 위로를 보내고, 새 시대를 열어가는 17대 국회의원들에겐 분발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