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판문점 도발 우리정부 카드 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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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한의 계획적인 정전협정 위반행위가 연일 되풀이되면서 북.미평화협정 체결을 추구하는 북한의 대미(對美)공세에 대한 보다 장기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5일 이후 연일 계속되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내 무력시위를 통해 북한은 단기적으론 미국과의 장성급 군사대화채널을 구축하고 장기적으로는 미국과 평화협정을 체결,북한체제의 안전보장 확보를 노리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 다.
북한의 정전협정 위반에 대해 현상황에서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는 지극히 제한적이다.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북한의 무력시위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북한측 구역으로 한정돼 있고,발포등 자극적인 군사행동은 피하고 있다.정부로서는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임에도 불구하고 실효성 있는 제재를 가하지 못하고 있다.경계태세 강화,외교채널을 통한 정전협정 준수압력 행사 이외에달리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정부가 이처럼 손을 쓰지 못하는 가운데 북한의 무력시위는 대상지역과 규모를 확대해가면서 앞으로도 계속될 게 뻔하다.이를 통해 북한은 정전체제의 무력화를 기정사실화함으로써 정전협정을 대체할 새로운 평화체제 마련을 위한 협상테이블로 미국을 끌어들이겠다는 계산이다.이를 위한 준비단계로 북한은 미국과의 장성급군사대화를 모색하고 있다.
비무장지대(DMZ)내 우발적 충돌과 북한의 서해 5도등에 대한 제한적 국지군사도발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미국은 북한측의군사대화채널 구축 제안에 유혹을 느끼고 있는게 사실이다.따라서정부가 정전협정 준수만을 외치며 단기적 미봉책 으로 일관하다 보면 자칫 북한의 노림수에 말려들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다.따라서 차제에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관련한 현실적이고 장기적인 대안을 공론화함으로써 북한의 대미공세에 정면으로 맞설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정부의 남북한 당사자간 평화체제 구축 주장은 미국이 한국 안보의 상당부분을 떠맡고 있는 엄연한 현실에서 이상론에 치우친 면이 없지 않다.남북한이 당사자가 되고 미국.중국이 보장하는 형식의 「2+2」구상이 나왔던 것도 이러한 배경에 서지만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논의 자체가 중단돼있는 상태다.「2+2」든,「2+4(러시아.일본 포함)」든,아니면 「2+1(미국)」이든 확고한 대안을 갖고 북한의 공세에 정면으로 맞서야 한다는 것이다. 거듭되는 북한의 정전협정 무력화 시도속에서 공허한 「단호한 대응」강조는 자칫 이의 기정사실화와 우리국민의 안보불감증만을 초래할지 모른다는 지적이다.
배명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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