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도발을 보는 한국.미국 시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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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한의 일방적 비무장지대 불인정선언에 이어 연일 거듭되고 있는 북한군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내 진입훈련으로 조성되고 있는 최근의 한반도 긴장사태의 심각성을 놓고 한.미간에 미묘한 인식차가 드러나고 있다.
대통령이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소집하고,연일 관계부처 대책회의가열리는등 비상하게 돌아가는 한국내 분위기와는 달리 워싱턴의 분위기는 사뭇 차분한 것으로 전해진다.로이터통신은 미행정부 관계자의 말을 빌려 『미국은 이번 사태를 중시하지 않는 접근방식을택하고 있다』고 워싱턴발로 보도했다.이번 사태가 문제는 되지만특별한 조치를 취할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 미정부의 현재 판단이라는 얘기다.미국의 이같은 인식을 반영하듯 8일 유엔군사령부는『내외국인의 판문점 관광은 종 전대로 실시한다』고 발표했다.판문점을 비롯한 군사분계선 부근에 긴박한 상황이 조성돼 있지 않다는 자체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부도 북한이 군사분계선을 위협하는등의 자극적인 도발을 감행할 것으로는 보지 않고 있다.따라서 차분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은 하면서도 늘 있던 대수롭지 않은 사태로 간과하는 미국의 시각에 대해서는 일말의 불안감도 없지 않은 듯하다.
이번 사태에 대한 한.미간의 이같은 시각차는 근본적으로 북한이 끈질기게 추구하고 있는 대미(對美)평화협정 체결노력에 대한양국간 인식차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지적이다.북한은 체제존립의 사활적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결국 미국이라는 판단 아래 지난70년대부터 집요하게 대미 평화체제 공세를 벌여왔다.공세가 효과를 거두지 못하자 최근에는 평화협정의 전단계로 잠정협정 체결을 제의하고 나서는등 북한의 대미 평화체제 구축노력은 필사적이다. 이에 대한 한.미 양국의 공식 적 입장은 물론 단호하고 명쾌하다.남한이 배제된 북.미간 평화체제 구축에는 반대한다는 것이다.그러나 탈냉전후 새롭게 수립된 동아시아전략 하에서 미국은 장기적인 대중국 봉쇄를 위해서는 북한을 영향권 안으로 끌어들일 필요가 있으며,이를 위해서는 한국과의 동맹관계를 해치지 않는 범위내에서 적극적으로 대북한 개입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이런 구도하에 미국은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추진하고 있으며,북한의 평화협정 체결주장에속으로는 일말의 매력을 느끼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는 분석도 있다.
배명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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