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이렇죠] 외국산 다이어트 식품 잘 알고 먹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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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법원은 지난 12일 다이어트 보조용으로 젊은 층에 인기를 끌었던 에페드라의 판매를 전면 금지했습니다. 의사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보조식품에 판금 조치를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요.

에페드라는 지난해 2월 미국 프로야구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투수 스티브 베클러가 스프링 캠프에서 갑자기 숨진 사건 이후 관심을 모았습니다. 베클러의 직접적 사인은 일사병이었지만 그의 사물함에서 에페드라가 발견됐고, 이것이 사인일지 모른다는 검시 의사의 증언이 이어졌습니다.

이 사건 이후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미국에서만 155명이 에페드라 부작용(심장마비.뇌졸중)으로 숨졌다고 발표했어요.

또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에페드라와 카페인을 함께 복용하면 맥박이 빨라지고 위.장관이 거북해지며, 혈압이 오르고, 과민반응.불면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에페드라를 하루 32㎎ 이상 섭취하면 뇌졸중 위험이 높아지는데 일부 보조식품엔 이 성분이 100㎎ 이상 들어 있는 것도 확인됐어요.

문제는 에페드라가 살을 빼고, 운동 능력을 높이며, 건강에 도움을 주는 효과가 불분명하다는 겁니다. 위험은 확실한데 혜택은 불확실하다는 것이죠. 에페드라가 든 보조식품을 먹으면 식욕이 떨어지고 대사율이 높아져 체중을 줄여주지만 대개는 단기 효과에 그칩니다(고려대 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김선미 교수).

따라서 고혈압.심장병이 있거나 격한 운동을 하는 사람은 에페드라 함유 보조식품의 복용을 삼가야 합니다. 다행히 국내에선 몇 년 전부터 에페드라가 든 보조식품 판매를 금지하고 있어요. 그러나 해외 여행 중에 구입했거나 밀수를 통해 유입될 가능성은 있습니다.

에페드라의 주성분인 에페드린.슈도 에페드린을 화학적으로 합성한 약도 있습니다. 천식.감기약에 이 성분이 많습니다(경희의료원 약제부 최혁재 약사). 약 설명서에서 이 성분을 보더라도 너무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화학적으로 합성된 에페드린.슈도 에페드린 함유 약은 단기간만 사용하고, 정부의 철저한 통제하에 제조된다는 이유로 허용하고 있습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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