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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 위한 상차림은 국물보다 걸쭉한 음식 좋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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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이 되면 이가 약해지고 침이 잘 돌지 않아 미각이 예전 같지 않다. 불안.고독.스트레스 등 심리적인 영향도 입맛을 떨어뜨린다. 소화액 분비가 감소해 소화에 애를 먹기도 한다. 나이가 들면 열량은 조금씩 줄이되 영양은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원칙. 65세 이상 남자 노인은 하루 70g(여자는 60g)의 단백질과 각종 비타민과 미네랄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골다공증과 변비를 예방하기 위해 칼슘과 섬유소가 풍부한 식품을 섭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어르신의 식보(食補)를 돕는 상차림을 알아보자.

◇치아가 부실하면=우선 딱딱한 식재료는 가급적 쓰지 말아야 한다. 강동성심병원 김윤희 영양사는 "음식을 잘게 자르고, 압력솥에 삶거나 볶은 음식을 올려야 한다"며 "육류 역시 얇게 썰거나 칼집을 넣을 것"을 조언했다. 감자는 섬유소가 많고 익혀도 다른 채소에 비해 비타민C의 파괴가 적으므로 찌거나 굽는 등 다양하게 조리해 식탁에 올린다. 튀긴 음식은 외피가 딱딱해 노인이 먹기 어렵다. 따라서 튀긴 뒤 다시 간장 양념에 졸이거나 소스에 담가 부드럽게 만든다.

*** 열량 줄이되 영양은 골고루

삼성서울병원 조영연 영양파트장은 "두부.연두부.순두부 찌개 등 씹기 쉬운 음식을 올리고, 야채국을 끓여 건더기를 충분히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간식으론 옥수수죽.깨죽.양송이 수프.전복죽.해물죽.잣죽.야채죽.쇠고기죽.닭죽 등을 추천했다.

◇음식을 삼키기 어려우면=나이가 들면 침 분비가 줄어 음식을 삼키기 어렵다. 특히 목이 잘 메므로 조리상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따라서 음식은 부드럽게 조리해야 한다. 두부.연두부.순두부.콩비지.적당히 자른 소면 등이 노인이 삼키기 쉬운 음식들이다. 반면 옥수수.건어물.어묵.파인애플 등 섬유소가 많은 식품은 피해야 한다. 국은 녹말가루를 사용해 약간 걸쭉하게 만들어야 삼킬 때 사레가 들지 않는다. 시금치잎 등 나물류는 목에 달라붙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음식을 씹고 삼키는 기능에 문제(연하 곤란)가 생기면 음식이 기도로 넘어가 사레가 들거나 폐렴에 걸릴 위험이 높다. 또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영양실조.체중 감소의 원인이 된다. 특히 치매.중풍이 있는 노인은 연하 곤란으로 식사하는 것이 고역이다. 관동대 명지병원 이정수 영양팀장은 "수분이 많을수록 사레가 잘 들므로 국과 물김치 등을 피하고,밥의 경우엔 된 죽(간 것).일반 죽(간 것).된 죽.진밥 순서로 적응시켜야 한다"고 권했다.

*** 고기 구울 땐 약간 탄맛 나게

◇미각이 바뀌면=노인이 되면 미각 기능이 떨어진다. 특히 짠맛.단맛에 대한 감각이 줄어 소금.설탕을 많이 넣어야 "음식 잘했다"는 칭찬을 듣는다.

고려대 안암병원 이은희 영양사는 "소금을 많이 먹으면 고혈압 발생위험이 높아진다"며 "간장.된장.고추장을 덜 쓰고, 김치.장아찌 등 염장식품은 덜 먹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둔해진 혀끝의 감각을 따르지 말고 소금 대신 다양한 향료를 써서 입맛을 되찾는 노력을 해야 한다. 식초.레몬.유자 등 신맛을 이용하거나 초간장.초고추장을 쓰는 것도 권할 만하다. 쑥갓.버섯.파슬리.카레.후추 등도 좋은 재료들이다.

쇠고기.돼지고기를 구울 때는 약간 탄맛을 내면 염분이 적어도 맛이 보존된다. 그러나 너무 태우면 발암물질이 생기고 노화를 촉진하는 성분이 늘어나므로 석쇠 자국이 약간 날 정도로 구워야 한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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