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北 통신인프라진출 큰 차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국내 업체들이 지난해 1월 북한 당국과 체결한 나진-선봉 자유경제무역지대 통신인프라 건설 프로젝트가 우리 정부의 투자승인을 기다리는 사이 해외 유력통신업체들에 속속 돌아가 국내 업계의 대북(對北)진출이 초기부터 큰 차질을 빚고 있 다.특히 지난달말 나진-선봉 현지에서 열린 두만강개발사업(TRADP)통신인프라 회의에서 북한.러시아.중국등 당사국이 한국 참여를 배제할 움직임을 보임에 따라 국내 업체에 대한 정부의 대북투자 승인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높다.
관계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북한의 나진-선봉지대 통신인프라 구축사업에 프랑스 알카텔이 중국 상하이(上海)소재 합작회사상하이벨을 통해 2천회선의 전화시설에 이미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또 나진-선봉지역의 50년간 통신사업권을 획 득한 태국의 록슬리그룹은 현지조사를 마치고 구체적인 가격조건등을 협의중이다. 록슬리측은 지난해말 스웨덴 에릭슨과 함께 우리나라의 현대전자와 컨소시엄을 구성,현지 유무선 통신사업에 참여키로 했다.그러나 록슬리는 현대에 대한 한국 정부의 승인문제가 풀리지 않자현대 대신 홍콩텔레콤과의 동반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상태다.
유엔개발계획(UNDP)에 참여하고 있는 한 국내 관계자는 『록슬리측이 제시한 통신설비 가격이 삼성이 지난해 제시한 가격보다 높아 북한측이 최종계약을 미루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정부가 민간기업의 대북투자 계획을 정치문제와 별개로 다뤄 승인해준다면 우리측이 결코 불리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알카텔이 설치중인 교환기는 E-10으로 지난해 평양에추가 공급한 것과 같은 기종이다.미국.일본의 통신회사들은 평양~나진간 광케이블 설치공사와 북한.미국 및 북한.일본간 관계개선 움직임에 맞춰 나진-선봉을 비롯한 북한 전역 에 대한 통신시장 진출에 나서고 있어 이에대한 우리의 대응이 시급하다.이와관련,통일원 관계자는 『최근들어 남북한 문제를 「선(先)경협 허용,후(後)정치현안 타결」로 끌어가야 한다는 지적이 정부 안에서도 나오고 있다』며 『특히 4.1 1 총선이후 북.미간 경협관계가 급진전될 것으로 보여 우리측도 민간 차원의 남북한 경협 재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의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