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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e칼럼

교사가 원하는 체험학습 보고서 작성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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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학습을 간다고 담임선생님에게 말을 하면 2장의 종이를 준다. 그 중 하나는 체험학습을 떠나기 일주일 전에 제출해야 하는 체험학습 계획서이고 다른 한 장은 다녀온 후 제출하는 보고서이다. 학교에 제출하는 양식은 매우 형식적인데다 2장 모두 학교에서 보관하는 것이므로 매우 잘 쓸 의지가 생기기 힘들고 여행중 힘들게 수집한 각종 자료를 붙이기도 아깝다. 그래서 내 아이의 체험학습 화일이 필요하다

지난 칼럼-'교사 자녀들이 다니는 체험학습 장소는 따로 있다'를 통해 체험학습의 계획을 세우고 알찬 프로그램과 함께 즐거운 여행을 다녀왔다면 도착 2일 안에 아이와 나란히 앉아 한 시간 정도 시간을 내어 체험학습 보고서를 작성․정리 해야만 한다.

여행은 여행일뿐이라며 아이가 방학 때 신나게 놀다 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이번 칼럼은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정리를 해놓으면 이런 점에서 유용하다.

첫째, 체험학습 정리 파일은 다음 체험학습을 떠나기 전 참고 자료로 활용되기 때문에 더욱 알찬 계획과 준비물을 챙기는데 도움을 준다. 여행을 다녀온 후 체험학습 보고서를 제대로 작성하지 못했던 경험과 기억을 되살리는 데에는 기존자료만큼 훌륭한 조언자는 없다. 때문에 채집, 수집, 사진촬영 등에 대한 분석과 자기반성의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사진 촬영만큼은 아이에게도 맡겨보라. 어른들이 예상하지 못한 앵글을 찾아낼 것이다.

둘째, 계획을 세우는 동안 체험학습의 목적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고 떠나도록 긴장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 중 일정에 차질이 생기더라도 체험학습을 떠난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해 스스로 고민하며 여행을 하는 학생은 분명 보고서를 통해 여행의 의미를 기록하게 되는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셋째, 계획서와 보고서를 쓰는 능력이 길러져 5,6학년 때 국어개요표 작성하기, 과학탐구실험대회 보고서 작성하기와 같은 각종 대회에서 계획∙보고서를 작성하는데 쉽게 적응할 수 있다.

넷째, 방학 과제물로 제출하면 상을 탈 수 있다. 아래의 사진자료처럼 보고서를 작성하여 모아놓으면 개학 후 방학과제물 상을 타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다.

그럼 이제부터 체험학습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① A4가 아닌 A3크기의 클리어화일을 준비하고 아이와 함께 겉표지를 예쁘게 꾸민다(기존 일기장 꾸미기법 참고). 여행지에서 얻은 각종 자료, 브로셔, 안내장과 그림도화지를 접지 않고 보관하기 위해서는 A3크기의 파일을 준비해야 한다.

② 체험학습 보고서를 작성한다. 체험학습 보고서는 1회에 최소한 양쪽 페이지를 모두 이용해서 정리되어야 한눈에 보기 편하며 왼쪽 페이지에는 위쪽부터 제목(활동주제), 장소, 일시, 안내판, 체험활동, 느낀점( 아동, 부모), 기타 칸을 만든다. 오른쪽 페이지에는 활동프로그램의 내용을 기록하고 아이가 참여한 프로그램 진행 순서와 활동 사진을 순서에 맞게 붙여두면 된다.

안내판이란 사찰에 간 경우 사찰이야기라고 하여 사찰 앞에 있는 사찰안내표지판의 내용을 기록해 온 것을 정리하는 공간이다.

체험활동이란 여행지에서 몸소 체험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록하는 것이다. 진관사에서의 활동을 예를 들면 대웅전에서 절 올리기, 약수 먹어보기, 계곡에서 수영하기 등이다. 사진은 빈 공간이나 오른쪽 페이지에 인쇄해서 붙여주면 된다.

느낀점이란 다녀온 후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좋은 기억+아쉬운 기억+나의 다짐이 들어가도록 적는 곳인데 자녀 혼자서만 기록하는 것이 아니며 부모가 먼저 기록을 한 후에 아이에게 적어보라고 하면 아이들도 즐겁게 참여한다. 주의해야 할 점은 아이가 편하게 글씨를 쓸 수 있도록 학년에 맞는 줄간격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아이 공책을 보면 알 수 있다.

아버지의 하루 그리기

저학년의 경우 이 모든 과정을 아이 손으로 직접 다 적게 하는 것은 힘든 노동이다. 1-4학년의 자녀가 있다면 1학년 때는 인쇄한 사진을 오리고 입장권을 붙이는 일과 간단한 느낀점만을, 2학년일 때는 모든 자료를 오리고 붙이고, 제목, 장소, 일시, 느낀점을 기록하도록 하고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그림으로 그려보라고 하면 좋다. 3,4학년의 경우 안내판과 체험활동내용까지도 기록하도록 한다.

5-6학년의 경우 체험학습 보고서 오른쪽 페이지에 참여한 프로그램의 활동 순서를 글과 사진으로 정리하는 것, 인터넷 검색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내용을 추기하는 것까지 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만 교육적 효과를 높일 수 있다.

③ 2박 3일 여행일 경우 코스를 정해놓았다면 휴게소에서 얻은 지도나 백지도를 이용하여 아이에게 직접 지도에 날짜별∙시간대별 위치를 동선으로 표시해 보라고 하는 것도 아이가 지도와 친해질 수 있게 만드는 한가지 방법이다.

나뭇잎, 꽃잎 등 수집한 자료와 사진, 입장권과 톨게이트 영수증, 음식점 영수증까지도 함께 붙이면 여행의 동선과 위치별 시각을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용돈관리법과 가계부 쓰기 등에도 효과적으로 작용하여 부모님과 함께 여행경비를 계산해보고 결산해보는 등 금융공부를 하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기타란에는 여행계획에서 세운 활동을 하지 못한 경우 그 이유를 적도록 하고, 여행 중 궁금했지만 알아낼 수 없었던 내용을 메모한 후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검색한 후 새롭게 안 사실을 적어 놓으면 된다.

집 앞 목욕탕을 가더라도 가는 목적과 체험활동 순서를 확실하게 인지하고 떠나면 부모손에 끌려가는 것과 교육적 효과면에서 큰 차이를 갖게 된다.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이 갖춰진 아이로 키우기 위해서는 체험학습 활동 화일을 작성하고 여행중에도 가지고 다니도록 습관을 들여야 한다.

파일이 다 채워지면 겉표지 왼쪽에는 학교에서 나누어준 방학생활계획서를 붙인다. 오른쪽에는 체험학습을 다녀온 시간 순서에 맞게 차례(목차)를 만들어 체험활동 내용, 장소, 날짜 순으로 기록하면 내 아이의 첫 번째 여행서적이 탄생하게 된다.

김범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