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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 몰고 무장경찰부대 공격 … 소수민족 ‘기획 테러’인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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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신장(新疆)위구르 자치구에서 4일 오전 8시쯤 무장경찰부대에 대한 폭탄 테러가 발생하자 베이징(北京) 외교가에서 나온 반응이다. 3월 티베트(시짱·西藏) 유혈시위에 이어 충분히 예상했던 위구르족의 테러가 실제로 발생하자 중국 정부는 당혹해하고 있다.

무장 괴한 2명이 트럭을 몰고 경찰 막사를 습격한 이번 테러의 주도 세력이 정확히 누구인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위구르인들이 주축이 된 동(東)투르키스탄 이슬람운동(ETIM) 세력을 배후로 의심하고 있다. 위구르 지역에서 중국 지배로부터 분리 독립을 요구하며 오랜 기간 항쟁해온 세력이기 때문이다. 테러가 발생한 카스(喀什·카슈가르)는 이들의 주요 거점 지역 중 하나다. 미국에서 2001년 ‘9·11 테러’가 발생하자 이듬해 중국 정부는 막강한 외교력을 동원해 유엔이 ETIM을 국제 테러조직으로 지정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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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 위험 ‘0순위’ 지역=중국 공안부를 비롯해 올림픽 보안 당국자들은 일찌감치 “위구르 지역에서 베이징 올림픽을 방해하는 테러가 발생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지목해 왔다. 중국 정부는 이번에 유혈 테러가 발생한 카스에서 12개의 국제 테러조직을 적발해 분쇄했다고 지난달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중국은 “신장 자치구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소수민족인 위구르족 분리주의 세력이 국제 테러단체인 알카에다와 손잡고 ‘동투르키스탄’이라는 이슬람 국가를 세우려 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멍훙웨이(孟宏偉) 공안부 부부장(차관)은 지난달 초 “ETIM 세력이 올림픽 기간에 테러를 감행할 것이란 첩보를 입수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ETIM과 활동 목적이 유사한 ‘투르키스탄 이슬람당(TIP)’은 최근 “윈난(雲南)성 쿤밍(昆明)에서 지난달 21일 발생한 버스 폭파 사건을 우리가 했다”고 주장해 중국 공안 당국의 허를 찔렀다.

또 3월 7일에는 신장 자치구 수도인 우루무치(烏魯木齊)를 떠나 베이징으로 향하던 민항기 폭파 기도 사건이 적발됐다. 테러 용의자들은 분리 독립을 요구해온 위구르인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올림픽조직위원회(BOCOG)의 쑨웨이더(孫偉德)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사건에 대해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있다. 신장 자치구의 경찰에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위구르족, 한족 지배에 반기=이슬람교를 신봉하는 900만 명의 위구르인은 중국으로부터 분리 독립을 갈망하고 있다. 이들은 성(省)급 자치 수준으로는 자신들의 민족 정체성을 유지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족이 주도하는 중국의 중앙 정부는 분리 독립은 절대 인정할 수 없다는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변경 지역인 신장 자치구의 분리 독립을 허용하면 티베트 등 55개 소수민족 사이에서 분리 독립 목소리가 커져 중국이 분열될 가능성도 있고, 대만과의 통합 정책도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위구르인들과 한족의 양보 없는 대립 이면에는 엄청난 경제적 이권 다툼도 바닥에 깔려 있다. 신장 지역은 중국에서 중앙아시아로 가는 전략적 요충지이기도 하다. 중국은 2000년부터 시작한 서부 대개발을 내세워 신장 위구르 지역에 공항과 고속도로를 대대적으로 확충했다. 이에 대해 위구르인들은 “한족의 지배를 고착화하고 지하자원을 수탈하기 위한 의도”라고 비판해 왔다.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그리면서 무장 투쟁과 테러 분쇄라는 피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번 사건도 위구르족이 베이징 올림픽을 통해 분리 독립의 메시지를 전 세계에 전파하기 위해 감행했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베이징 =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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