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최중경, 경질 한 달 만에 대사 내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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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과 경제 부진 등 국정 난맥상에 대한 책임을 지고 경질된 인사들이 한 달여 만에 요직인 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와 아시아 지역 대사로 내정됐다.

정부는 4일 가을철 공관장 정기 인사에서 김중수 전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과 최중경 전 기획재정부 1차관을 각각 주 OECD 대사와 동남아 국가의 대사로 내정했다고 밝혔다. 주요 대사에 대한 인사는 청와대에서 결정하는 것이 관례다.

김 전 수석은 6월 20일 쇠고기 촛불 시위 등 총체적인 국정 혼란에 대한 책임을 물어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을 교체한 이른바 ‘쇄신 인사’에서 경질됐다. 특히 김 전 수석은 18~19일 열리는 국회의 쇠고기 협상 관련 국정조사에 증인 출석을 앞두고 있다. 최 전 차관은 지난달 7일 단행된 소폭 개각에서 고환율 정책 등 전반적인 정책 기조의 실패와 경제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경질됐다. 당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유임돼 ‘대리 경질’이란 비판도 일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김 전 수석은 한국의 OECD 가입준비소장과 초대 OECD 공사를 역임했고 최 전 차관도 국제개발은행(IBRD) 이사를 역임해 금융 협력 업무가 중요한 해당 국가의 대사 임무에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경질 인사 1개월여 만에 다시 요직을 맡기는 데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민주당 최재성 대변인은 “아직 미국산 쇠고기 부실 협상 때문에 여론이 들끓고 있는 마당에 사퇴시킨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뒤를 봐주느냐”며 “국민들의 마음은 아랑곳하지 않는 전형적인 조폭식 인사”라고 비난했다. 최 대변인은 “특히 최 전 차관을 공관장으로 발탁한 것은 그가 강 장관을 살리기 위한 희생양이었음을 청와대 스스로 자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오윤 동국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도 “청와대는 한번 기용한 사람은 끝까지 신뢰한다는 인사 원칙을 가진 것 같지만 전임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도 ‘회전문 인사’로 민심이 이반했던 전례를 잘 생각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인사에서는 또 지난 대선에서 현직 대학총장 신분으로 이명박 후보 지지 선언을 해 물의를 빚었던 구양근 전 성신여대 총장을 아시아 지역 공관장으로 내정했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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