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인하’ 법안까지 만들어놨지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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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세금 부담을 줄이겠다는 정부와 여당의 발표가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세법을 고쳐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 공전하는 국회의 문턱에 걸려 실행이 안 되고 있다.

발등의 불은 재산세다. 지난해 주택 공시가격의 50%를 기준으로 재산세를 부과했는데, 올해는 과표 적용률이 55%로 높아졌다. 이 때문에 집값이 내렸는데 세금은 더 내는 상황이 벌어졌다. 당정은 과표 적용률을 지난해 수준인 50%로 동결할 방침이다. 또 아무리 재산세가 많이 늘어나도 전년보다 25% 이상(6억원 초과 주택 기준)은 증가하지 않도록 했다. 지금은 증가율 상한이 50%다. 재산세율(주택 기준 0.15~0.5%)도 단계적으로 인하할 계획이다. 하지만 올해 재산세 부담을 줄이려면 새 기준을 재산세 2차분인 9월 부과분에 적용해야 하는데, 국회 공전으로 세법이 언제 개정될지 기약이 없다.

종합부동산세도 뜨거운 감자다. 투기와는 무관하게 집 한 채를 오랫동안 보유한 1가구 1주택자는 세금을 깎아 주고, 종부세가 부과되는 고가 주택의 기준도 공시지가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완화해야 한다는 게 여당의 생각이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 안정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와 ‘상위 2%를 위한 감세’라는 반대 여론을 설득하기가 만만치 않다.

법인세는 이미 법안까지 만들어져 있지만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올해 법인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추고, 2010년 20%로 낮출 계획이다. 감면 시기를 원래 계획보다 2년 이상 앞당길 정도로 정부는 의욕적이지만, 역시 국회가 법을 고쳐야 가능한 일이다. 8월 중간 예납분부터 적용하겠다던 정부 계획은 이미 물 건너갔다.

유가 상승세가 한풀 꺾이면서 휘발유·경유에 붙는 유류세는 인하되지 않을 전망이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유류세 인하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대신 연소득이 3600만원 이하인 근로자 등에게 최대 24만원의 유가 환급금을 두 차례로 나눠 지급할 예정이다. 애초 정부 발표대로면 10월에 지급돼야 하지만 법 개정이 늦어지면서 연말이나 내년에 1차분이 지급될 가능성도 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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