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黨.政 분리해 국정 운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청와대는 17대 총선 결과 형성된 여대야소(與大野小) 정치상황에 관계없이 향후 국정운영에 있어 '당정 분리' 원칙을 유지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이 같은 기조는 헌재의 탄핵심판 결과가 나와 노무현 대통령이 직무에 복귀할 경우를 전제로 한 것이다. 청와대 핵심인사는 이날 "향후 내각 개편 과정에서 정치인의 입각은 최소화할 것"이라며 "열린우리당 낙선자들을 위한 배려 차원의 인사는 없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盧대통령이 집권 초기 '다수당에 인사추천권을 주겠다'고 한 것은 중.대선거구제가 도입돼 야당이 다수당을 차지했을 경우를 염두에 둔 것"이라며 "열린우리당이 다수당이 된 마당에 전문성.개혁성을 고려하지 않고 과거 여권처럼 나눠먹기식 당정 관계를 재연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도 "과반수 의석 획득으로 선거 이후의 불확실성은 제거됐지만, 대통령이 돌아오느냐 못 돌아오느냐는 문제에 대해선 더 큰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만큼 여당은 이 문제 해결에 매달려야 한다"면서 "총선 승리에 대한 논공행상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盧대통령과 독대한 열린우리당 김혁규 상임중앙위원도 "대통령은 여대야소 상황에서 당과 정부의 관계가 더 철저하게 독립적으로 설정돼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더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대통령 최측근인 한 청와대 관계자는 "盧대통령이 열린우리당에 입당하더라도 당내에선 어떤 역할이나 권한도 갖지 않는 등 당정 분리 원칙을 스스로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호.김선하 기자

[뉴스분석] "국정 중심은 청와대·정부" 미리 못박아

'당정 분리론'은 총선 후 처음으로 감지된 盧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향이다. 여당의 총선 승리와는 별개로 국정 운영의 중심은 청와대와 정부란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뒤집어 말하면 정부와 여당의 역할을 정국 상황과 연계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정치권과는 일정 거리를 유지하겠다는 발상이다. 이는 '타협과 상생의 정치'라는 盧대통령의 2기 국정 운영 철학과도 맥이 닿아 있다. 즉 과반을 차지한 여당의 힘을 바탕으로 밀어붙이기식 국정 운영은 하지 않겠다는 의지 표명이다.

그 속엔 야당에 대한 배려도 담겨 있다. 한나라당의 121석이라는 숫자가 갖는 의미를 존중하지 않고는 진정한 상생이 어렵다는 판단이다. 탄핵의 교훈이기도 하다. 실제 여권 내에선 야당에 대한 각료 추천권까지 고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당정 분리는 조기 레임덕 가능성을 차단하는 효과도 겨냥한 것이다. 거대 여당의 탄생으로 당내 다양한 세력이 너무 빨리 대권 경쟁에 나설 수 있다. 그 경우 盧대통령의 힘은 급속히 빠질지도 모른다. 그런 만큼 정치권 인사의 조기 정부 진입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청와대의 판단인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