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대 총선 불붙은 흠집내기 각黨 초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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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코너킥 사건같은 돌발사태만 없으면 되지,폭로전은 잘못하다간표만 깹니다.』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올림픽예선 한.일 축구전에서 승리한 우리 선수에게 격려 전화를 하다 「페널티킥」을 「코너킥」으로 잘못 얘기한데다 그 바람에 시상식 장면도 제대로보지 못한 시청자들을 짜증나게 한 것을 두고 신한국당 선거관계자가 한 푸념이다.
중반으로 치닫는 선거판 날씨가 중앙당끼리의 폭로전이 가열되면서 잔뜩 찌푸려있다.
신한국당은 장학로(張學魯)사건에,국민회의는 국창근(鞠根.담양-장성)후보등의 공천헌금 수사에,자민련은 김종필(金鍾泌)총재의60년대 일본자금 수수설에 각각 시달리면서 대책마련에 골몰하고있는 것이다.
지역구에서 불붙었던 얼굴없는 흑 색선전이 중앙당 차원의 정면폭로전으로 비화되면서 이제 언제, 어디서, 어떤 건(件)이 터질 것이냐에 선거관계자들의 촉각이 곤두서 있는 상황이다.
신한국당은 국창근후보.박태영(朴泰榮)의원의 공천헌금 혐의에 대한 검찰수사가 張씨사건으로 수세에 몰렸던 당의 숨통을 터주었다고 고마워하고 있는 눈치.
강삼재(姜三載)총장은 국민회의의 추가폭로설에 대해 단호한 대응의지를 보이면서도 조심스런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장학로사건 수준의 파괴력있는 폭로인가』라는 질문엔 『그런 정도는 되지 않겠느냐』는 자신감도 보였다.
이 발언이 전해지자 김한길 국민회의 대변인이 기다렸다는듯이 받아쳤다.
『봐주는 것처럼 협박만 할게 아니라 밝힐게 있으면 밝히라』는것이다. 일촉즉발의 설전이 오가는 중에도 행동만은 서로 신중하다. 신한국당 姜총장은 『선거판을 진흙탕 싸움으로 몰고가는 폭로전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폭로전이 걷잡을수 없이 진행되면 아킬레스건인 「대선자금」문제가 어디서든 터질수 있다는 점이 부담스러운 것이다.
국민회의측도 마찬가지.
張씨 사건은 수도권과 대구.경북지역의 적지않은 부동층을 반(反)여당으로 돌아서게 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그 표가 반드시 국민회의로 간다는 보장은 없는데다,대신 부산.경남출신 유권자들 사이에 『우리가 남이가』라는 정서가 살아나 신한국 당에 힘을 보태주고 있다는 여론조사가 나온 것이다.
그러나 4당 정국하에 예기치 않은 곳에서 「도저히 용납못할 뇌관」이 누군가에 의해 건드려 질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고 이렇게 되면 선거판은 전혀 새로운 양상으로 전개될 수도 있다.
민주당은 양측의 확전을 은근히 기다리고 있다.고정 지역표가 없는 탓에 3金(김영삼-김대중-김종필)을 궁지에 몰아넣는 폭로는 그만큼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노태우(盧泰愚)비자금을 폭로한 박계동(朴啓東)의원이나 국민회의 내부사정에 밝은 이수인(李壽仁)전국구 후보,김홍신(金洪信)대변인의 정보수집 활동이 활발해졌다.
자민련은 전국구 헌금문제가 검찰내사 상태이고 60년대 중앙정보부장.공화당 당의장을 지낸 金총재가 한.일 협상당시 했던 일들이 신한국당.민주당으로부터 공격받고 있어 방어에 급급한 실정. 그러나 『민자당 시절 金총재와 공화계 당료들이 수집해 놓은金대통령 대선자금 관련 자료들이 잘 보관돼 있다』는 말로 「대형무기 보유사실」을 강조한다.민주당이 신한국당의 「2중대」임을밝히는 증거찾기에도 골몰중.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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