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 불 … 경북 '산불'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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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고온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산불이 잇따르고 있다. 바짝 마른 나무를 타고 불길이 번지면서 피해 면적도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산불 진화에 동원된 헬기가 추락해 조종사 등이 숨지는 등 인명 피해도 발생했다.

잇따르는 산불=18일 낮 12시 12분쯤 경북 경주시 양북면 범곡리 토함산 자연휴양림 부근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진화헬기 2대와 소방차 3대, 소방대원과 공무원 등 100여명을 현장에 투입해 이 날 오후 늦게서야 불길을 잡았다.

지난 17일 오후 1시10분쯤에는 봉화군 석포면 석포리 속칭 굴티산에서 불이 나 임야 10㏊를 태우고 20여 시간만인 18일 오전 9시30분쯤 진화됐다.

봉화군 등은 헬기 9대와 공무원.주민 등 1000여명을 동원해 진화작업을 했으나 바람이 강하게 불어 불길을 잡는데 애를 먹었다.

또 이날 오후 오후 1시40분쯤 영천시 신령면 화남리 야산에서도 불이 나 임야 0.3㏊를 태우고 한 시간여 만에 진화됐으며, 같은 시각 의성군 춘산면 금오리 야산에서도 산불이 발생해 0.1㏊를 태우고 한 시간 만에 진화됐다.

이에 앞서 16일 오후 포항시 북구 신광면에서 발생한 산불은 임야 28㏊를 태운 뒤 17일 오전 10시쯤 진화됐다. 이는 올 들어 발생한 산불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것이다.

경북도와 포항시 등은 공무원, 군인, 포스코 자원봉사자 등 4000여명의 인력과 헬기 23대, 소방차 30여대 등을 투입해 오전 7시30분쯤 큰 불길을 잡았다.

불은 초속 7m에 가까운 바람을 타고 빠르게 번져 피해가 컸다. 포항시는 산불로 10~20년생 소나무와 잡목 등 2만5000여그루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올 들어 지금까지 강수량이 지난해의 절반 정도에 불과해 산불이 잦다"고 말했다.

경북도는 이날 도내 전 공무원에게 비상 근무령을 내리고, 주요 등산로를 제외한 전 지역에서 입산을 통제했다.

인명 피해=포항 신광면에서 발생한 산불을 끄기 위해 출동하던 해군 6 전단 소속 UH-60 헬기(조종사 정봉석 소령.42)가 추락해 조종사 등 탑승자 4명이 숨졌다. 해군 6 전단은 정소령 등 탑승자 4명의 사체를 수습, 이날 부대 격납고에서 영결식을 치렀다.

군 당국은 "정소령이 조종간을 잡은 채 기체 안에서 숨져 있는 점으로 미뤄 주변 민가에 추락하지 않으려고 마지막까지 노력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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