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1 샐러리맨의 탄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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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미국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샐러리맨이 탄생했다. 16일(현지시간) 대단원의 막을 내린 NBC 방송 리얼리티쇼 '어프렌티스(수습사원)'에서 경쟁자 21만명을 물리치고 1위에 오른 빌 랜식(32)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이 프로그램 진행자인 카지노 재벌 도널드 트럼프 산하 회사에 연봉 25만달러를 받는 최고경영자(CEO)로 1년간 특채되는 영광을 안았다.

평범한 대학 출신인 랜식은 최종 경쟁에서 하버드대 경영학 석사(MBA)인 쾀 잭슨(29)까지 물리쳐 더욱 화제를 모았다. 최종 경쟁에서 골프 경기를 책임지게 된 랜식은 부하 3명을 이끌고 경기를 무난히 치러냈다. 반면 인기가수 제시카 심슨의 콘서트를 책임진 잭슨은 부하들의 실수로 심슨이 무대에서 두 차례나 일시 실종되는 바람에 분루를 삼켜야 했다.

랜식은 "아메리칸 드림은 살아 있다. 그걸 이루는 데 아이비리그 졸업장이나 큰 돈은 필요없다. 아이디어.노력.결단만 있으면 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10세 때부터 '부자가 되겠다'는 꿈을 키워온 랜식은 시카고 로욜라대 재학 시절 선박 세척업으로 학비를 벌며 돈벌이에 뛰어들었다. 이어 24세에 담배유통회사를 차려 몇년 만에 매출액 수백만달러 규모로 키워냈다.

'어프렌티스'는 응모자 21만명 중 최종 선발된 16명이 매주 트럼프가 출제하는 과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거리에서 핫도그를 팔라는 명령, 범죄자가 우굴거리는 뒷골목에 가게를 내라는 지시 등 까다로운 주문들이다. 실적이 가장 저조한 1명에게는 트럼프가 검지손가락을 치켜들며 "넌 해고야!(You're Fired!)"라고 선언한다.

이 프로그램은 억만장자 트럼프가 진행을 맡은 데다 손에 땀을 쥐게하는 적자생존 드라마를 통해 '비즈니스 정글'을 대리체험시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16일의 마지막 방영분은 2700만명의 시청자가 지켜봐 같은 시간대 최고시청률을 기록했다. "You're Fired!"는 최고의 인기 유행어로 떠올랐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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