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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OB.카스 다시 불붙은 맥주 3파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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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전장(戰場)에서는 3웅(雄)이 겨룰 때 가장 치열하고,시장에서는 3파전일 때가 가장 험악(?)한 싸움이 된다.그래서『삼국지』는 대를 이어 읽히고 제갈공명의 천하 3분지계 또는 솥발(鼎)처럼 갈라선 형세등은 오늘날의 마케팅 전략에서 도 흔히 원용된다. 얼음이 풀리기가 무섭게 3파전의 맥주시장에 다시 전운이 가득하다.3위의 카스(진로)가 한창 세력을 떨치는 하이트를치고 나온 것이다.
지난주 20여개 일간지의 「1백% 비열처리 맥주는 쉰 냄새가나지 않습니다.비열처리 맥주의 대표는 카스입니다」라는 광고에 이어 26일엔 「공개 품질테스트를 해보자」며 걷어붙이고 나섰다. 손가락질은 하지 않았지만 「1백% 비열처리」「대표」등의 문구로 보아 어디를 겨냥한 것인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선제공격이었다.보리자랑.물자랑이던 맥주광고가 일시에 상대방의 심장을 겨누고 나선 것.
카스측은 『그간 끊임없이 제기돼 온 비열처리 맥주의 쉰 냄새문제에 카스가 도매금으로 넘어갈 우려가 있고 소비자들을 위해서도 명확히 규명돼야 한다는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했다』는 주장을펴고 있다.
이에대해 하이트측은 『쉰 맥주 운운은 어불성설』이라면서도 섣불리 맞대응할 경우 자칫 함정에 빠질 것이 우려돼 냉가슴을 앓고 있다.
그러나 카스가 작심하고 나선데다 하이트도 이대로 방치했다가는한창 성장세에 금이 갈 우려가 다분해 어떤 형태로든 칼을 뽑지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마치 3~4년전 시장 점유율 30% 안팎에 불과했던 하이트가OB를 상대로 예상외의 공격적인 마케팅을 시작했을 때를 떠올리게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2,3위인 하이트와 카스가 암암리에 손을 잡고 거인OB에 맞서왔던 맥주싸움 판세가 하루아침에 OB.카스 대(對)하이트로 반전되는 양상이다.업계에선 『3파전의 경우 반드시 1대2로 이해관계가 갈라지기 때문에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음을보여주는 사례』라는 시각이다.
맥주업계가 2파전이었던 70년대 당시 박종규(朴鐘圭)청와대 경호실장의 권력을 배경으로 새로 뛰어들었던 이젠벡맥주를 OB와크라운이 합심해서 몰아낸 일화는 유명하다.
이처럼 사이좋은(?)텃세속에서도 카스는 막강한 진로소주의 유통력을 배경으로 6개월도 채 안돼 시장 점유율 10%대에 안착했다.94년6월 카스맥주가 나오기전 진로소주의 인기는 소주 한상자에 맥주 2~3상자를 끼워 팔 정도였다.
이때 진로측은 이같은 유통력을 약자인 크라운맥주 쪽으로 은근히 모아주며 맥주시장 진출을 노려왔으며 카스맥주를 내놓은 후에도 하이트와 손잡고 거인 OB를 견제해 왔던 것.
그러나 이제는 사정이 달라진 것이다.OB의 점유율은 50% 이하로 떨어졌고 카스와 하이트의 공동 주무기인 비열처리 맥주는전체시장의 절반 가까이로 자라나 새로운 영토전쟁이 불가피해졌기때문이다.
94년7월 「시궁창 냄새」로 하이트와 한차례 싸움을 벌였던 OB는 카스측의 이번 대리전이 고맙기만 하다.『당시 맥주업계 전체에 대한 소비자들의 이미지를 고려,논쟁을 그쳤으나 이후에도하이트맥주에서 냄새가 난다는 소비자들의 반응은 끊이지 않았다』며 은근히 카스를 엄호하고 나섰다.
정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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