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KBS교향악단 정기연주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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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지난 21일 KBS홀에서 열린 KBS교향악단의 정기연주회는 수석객원지휘자 박탕 조르다니아를 맞아 「프로코피예프의 밤」으로꾸며졌다.서곡.협주곡.교향곡,심지어 앙코르곡까지 프로코피예프 일색이었다.「차림표」로선 청중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또 금호그룹이 한.중문화교류의 일환으로 중국계 바이올리니스트 황빈(黃濱)을 협연자로 초청한 것도 의미를 더해줬다.
프로코피예프의 발레모음곡 『로미오와 줄리엣』과 『교향곡 제5번』은 서방으로 망명했다가 고국 러시아로 다시 돌아간 프로코피예프의 음악적 자화상이다.비슷한 경력을 갖고 있는 지휘자도 음악인생을 회고하는듯 상념에 잠기곤 했다.
조르다니아는 KBS단원들로부터 정확한 비팅과 편안한 지휘로 존경을 받으면서 6년동안 인연을 맺고 있지만 일종의 체념에 빠진 듯했다.오케스트라의 구석구석을 해부했다가 다시 감싸안는 과감성이 부족했다.특히 화려한 관현악법을 구사한 『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극적인 긴장감의 부족과 기계적인 지휘로 무대의 감동이 객석에 미치는데는 역부족이었다.
『바이올린협주곡 제1번』을 연주한 황빈은 시작부분에서 음정이떨어지는 어이없는 실수를 했고 시종일관 무표정한 연주를 들려줬지만 2,3악장에서는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눈부신 기교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호른 파트의 잦은 실수는 10년전 KBS교향악단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관료주의적 타성에 젖어 「색깔없는 오케스트라」로 만족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열린음악회」의 전당처럼 돼 버린 KBS홀은 너무 썰렁했다.청중이나 단원으로부 터 다음날 예술의 전당 공연의 공개리허설 장소 정도로 홀대받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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