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해협의전쟁게임>上.모두가 승자인 이상한 게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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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이달 초 시작된 대만 해협 사태가 23일의 대만 총통 직선을계기로 한 고비를 넘을 전망이다.중국의 3차 군사 훈련은 아직사흘이 더 남았지만 이제 시들하고 리덩후이(李登輝) 대만 총통의 재선은 거의 확실하다.중국과 대만.미국은 고위급 대화로 사태를 풀어가기 위한 물밑 접촉을 시작했다.양안(兩岸)사태를 중간 결산하는 시리즈를 3회로 엮는다.
[편집자註] 이번 양안(兩岸)사태는 한때 미.중이 강경대립,동아시아를 긴장속으로 몰아 넣었다.물론 쉽게 풀릴 긴장이 아니다.그러나 대만 총통선거를 계기로 양안 사태를 중간 결산해보면,중국.대만.미국 등 세 당사국이 모두 승리한 이상한 전쟁 게임이었다는 잠정 결론이 나온다.
우선 중국-.
중국은 아주 적은 군사비로 당초 의도를 이뤘다.대만 독립논쟁을 무력화시키고 중국 역사상 첫 민주선거라는 대만의 선전 공세도 막았다.
당초 대만은 중국이 세차례 군사훈련에 최소 1천5백만달러를 쓸 것으로 예상했다.M9 미사일은 1기에 20만 달러짜리다.
그러나 중국은 미사일을 네발만 쏘았고 수호이27등 첨단 전투기도 띄우지 않아 고작 2백만~3백만달러를 썼다는 분석이다.반면 효과는 컸다.
『대만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널리 알림으로써 이번 대만 선거에서 핫이슈가 되리라던 「독립이냐,통일이냐」는 논쟁에 찬물을 끼얹었다.대만 독립을 표어로 내건 민진당(民進黨)의 펑밍민(彭明敏)총통후보는 당선은 제쳐 두고 득표율 2위라도 하기 위해 전전긍긍이다.대만의 첫 민주 선거 축제분위기도 함께 가라앉았다.
그럼 대만은-.
대만은 결코 손해만 본 것이 아니다.중국은 양안 사태가 내정(內政)문제라고 하지만 대만은 이를 국제문제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미.일.영.프랑스 등 16개국의 지지를 이끌어 내며 「국제 활동 공간」을 넓혔다.
자연히 중국으로 하여금 쉽게 무력을 동원하기 어렵다는 것을 깨우치게 만들었다.또 총통 직선이 오는 23일 예정대로 치러지면 이제 중국도 대만 지도자들을 가볍게 볼 수 없게 된다.
마지막으로 미국-.
미국은 중.대만보다 더 큰 주역을 맡아 「꿩 먹고 알 먹는」실리를 챙겼다.
신속히 항공모함을 파견,동아시아에서 세력이 축소되고 있다는 평가에 제동을 걸며 「세계 경찰」로서의 힘을 과시했다.
대만의 친미(親美)열기는 하늘을 찌른다.
니미츠 항공모함을 마중나가기 위한 관광유람단까지 생겼다.대만에 간 CNN방송 취재단은 자신들이 도리어 특별기자회견에 응해야 했다.
그러니 지난 20일 시작된 미.대만 무기 협상에선 공개된 것보다 더 많은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이다.
앞으로의 양안 사태 전개도 이처럼 「누구도 잃지 않는」게임이될 공산이 크다.
타이베이=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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