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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 100등도 서울대 간다!

중앙일보

입력

전교 100등, 서울대 가다. 이 뜬금없고 거짓말 같은 얘기는 실화다. 올해 인문계열에 입학한 김혜빈(19·진선여고 졸)양이 주인공. 고1 때까지 반에서 10등 주변을 맴돌았던 김양이 서울대에 합격할 수 있었던 비결은 오기와 끈기였다.


공부 하기 싫었던 아이
  중학교에 입학할 때까지 김양은 엄마 말 잘 듣는 착한 아이였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부모의 권유로 영어회화도 배웠고, 수학도 곧잘 했다. 중학교 입학성적도 반에서 3등 정도로 상위권에 속했다. 그러나 중1 초반 사춘기가 찾아오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학원 다니기도, 책 보기도 싫었다. 동네 친구들과 어울려 한나절을 보냈다. 노래방 단골손님이었다.
  공부는 시험 전날 당일치기하는 게 전부였다. 당연히 성적은 점점 떨어졌다. 반에서 15등 안팎을 오갔다. 외고 도전은 엄두도 못냈다. 그는 “중3 말 외고에 합격한 친구들을 보며 후회한 적도 있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고등학교에 들어간 김양은 자신의 위치를 새삼 깨달았다. 고1 성적표를 보자고 하자 김양은 쑥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수학(10-가) 4등급, 외국어(10-a) 3등급, 다른 과목도 3~4등급 수준이었다.
  “아이가 공부에 흥미를 잃어 걱정이 말도 못하게 컸죠. 학원에 억지로 보내봤자 역효과만 날 것 같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어머니 신승연(40)씨가 말을 거들었다.

친구들과 연락을 끊다
  진선여고에는 전교 50등까지의 학생을 모아 보충학습을 하는 ‘밀레니엄반’이 있다. 김양은 “당시에는 성적이 안돼 들어갈 수 없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은인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1학년 말 밀레니엄반 수업을 듣는다고 어깨에 힘(?) 주는 친구들을 보며 오기가 돋았다. 김양은 ‘내년에 보자’ 이를 갈았다.
  그러고나서 맞은 고1 겨울방학. ‘노래방 친구’들과 연락을 끊었다. 취약과목이었던 수학을 파고 들었다. 기초가 아예 없어 학원조차 다닐 수 없는 상황이었다. 수학 10-가·나는 일단 뒤로 미루고, 수Ⅰ 공부에 치중했다. 김양은 “어차피 뒤처진 10-가·나에 매달리는 것보다 나름대로 선행학습을 하면서 공부에 흥미를 붙여나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인터넷강의 1~2시간, 자습 2~3시간씩, 적어도 하루 4시간은 수학공부에 할애했다. 모르는 문제는 2시간이든 3시간이든 풀릴 때까지 매달렸다.
  영어는 문법위주로 공부했다. 그는 “어휘력도 중요하지만, 문법을 모르면 독해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며 “단기간에 문법을 확실히 잡아두는 게 좋다”고 노하우를 공개했다.

혜빈표 공부법을 개발하다
  고2 첫 중간고사. 성적은 몰라보게 올랐다. 반에서 4등, 전교 30등. 김양은 ‘그날 배운 건 그날 복습하기’ 습관을 일등공신으로 꼽았다.
  김양은 방과 후 혼자 교실에 남아 2시간씩 그날 배운 내용을 복습했다. 1주일 단위로 끊어 매주 금요일에는 그 주에 배운 과목별 내용을 점검했다. 이것이 ‘김혜빈표 공부법’이란다. 그러다 보니 중간·기말고사는 1주일 전부터 대비를 해도 시간이 모자라지 않았다. “같은 내용을 적게는 4~5번, 보통 7~8번씩 보는 데 성적이 안 오를 수 있겠느냐”고 그는 반문한다. 목표로 했던 밀레니엄반 입성은 이룬지 오래고, 2학년 말 성적이 전교 8등까지 수직상승했다.

자기주도형 학습이 결국은 이긴다
  고2 겨울방학 때부터 본격적인 수능준비를 했다. 취약과목이었던 수학을 제외하고 김양은 학원에 다닌 적이 없다. EBS 인터넷 강좌 수강시간표를 직접 짜고, 집·학교·독서실에서 혼자 공부했다. 학원강의는 ‘왜 이럴까’를 생각하기 전에 쉽게 푸는 공식과 외우는 방법을 가르치기 때문에 기억에 오래 남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EBS 인터넷 강의의 경우 자신에게 맞는 강의를 찾아 풀이과정을 거치면서 자기주도형 학습이 이뤄진다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방학 때도 오전 8시면 학교 독서실로 가 자정까지 혼자 공부했다. PMP에 과목별로 매일 사회탐구 한 개 강좌씩 인터넷 강의를 담아가 들으면서 탐구영역을 정리했다. 학기중에는 언어·수리·외국어 영역에 집중투자하고, 수학과 영어는 2주에 문제집 한권씩은 반드시 풀었다.
  그는 “혼자 공부하는 습관을 기르면 내가 부족한 부분을 정확히 알 수 있고, 시간활용을 주도적으로 할 수 있다”며 “성적을 올리려면 모르는 문제가 나와도 주변의 도움없이 끝까지 풀어내는 끈기를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프리미엄 최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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