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다문화 가정 포용에 우리 미래 달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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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한국인 배우자와 결혼해 다문화 가정을 꾸린 동남아 출신 남녀 경찰관이 처음 탄생했다. 중앙경찰학교에서 24주간의 외사 과정 교육을 마치고 25일 경장으로 임용된 필리핀 출신 아나벨(여)과 인도네시아 출신 주지강이 그들이다. 외국어와 한국어를 모두 구사하고 양쪽 문화에 익숙한 이들이야말로 국제화 시대에 적합한 인재라는 게 경찰학교 측이 밝힌 선발 이유다. 우리 사회가 고질적인 폐쇄성을 벗고 열린 사회로 한 걸음 나아가는 신호탄을 보는 듯해 반갑기 그지없다.

지난해 우리 국민의 결혼 10건 중 1건이 국제결혼이었다. 특히 농어촌 남성 중엔 외국 여성과 결혼한 비율이 40%나 됐다. 그러나 이에 걸맞은 개인·사회적 의식이 갖춰지지 못해 부작용도 만만찮은 게 현실이다. 전반적으로 이혼이 줄고 있는데 한국 남성과 외국 여성 간 이혼은 최근 5년 새 10배로 늘었다. 불화를 견디다 못한 외국인 배우자의 가출이 늘며 혼인 무효 소송도 같은 기간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언어 소통 문제나 문화적 갈등이 원인으로 지적되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외국인 배우자를 평등한 동반자로 바라보는 인식의 결여다. ‘못 사는 나라에서 돈 주고 사온 여자’식으로 여긴다면 결혼생활이 원만할 리 없다. 자녀 교육도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 여성부가 이달 중순 시작한 국제결혼 희망 남성들을 위한 갈등 예방 교육이 효과를 거두길 바랄 뿐이다.

사회적인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 다문화 가정 증가는 돌이킬 수 없는 추세다. 외국인 배우자와 자녀들에 대한 차별적 시선을 거두고 진정한 이웃·친구로 받아들여야 한다. 사회적 갈등과 불안을 키울 것인지, 국제화·선진화된 사회로 나아갈 것인지가 이들을 어떻게 포용하고 활용하느냐에 달렸다. 아나벨과 주지강의 경찰 임용이 좋은 선례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