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폭탄’ 봉화 본격 복구작업 구슬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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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27일 오전 경북 봉화군 춘양면 의양리 김진환(86)씨의 집. 봉화군청 직원 김대호(43)·이용수(35)씨 등 11명이 마당과 방안의 진흙을 삽으로 퍼 마대자루에 담아 내느라 구슬땀을 흘렸다. 집 앞 진입로에는 무릎까지 찰 정도로 진흙이 쌓여 이를 치우느라 애를 먹었다. 김씨 집은 25일 새벽 내린 집중호우로 방에까지 흙탕물이 차면서 폐허가 됐다. 가재도구와 옷가지는 흙탕물에 젖어 못쓰게 됐고 창고에 있던 연탄도 죽처럼 변해버렸다. 군청 직원들의 노력 덕에 오후가 되면서 김씨 집은 겨우 옛 모습을 찾았다.  

폭우 피해를 입은 봉화군에서 복구작업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날 공무원·주민·자원봉사자 1600여 명이 춘양면 서벽·애당·의양리 일대에서 복구작업을 벌였다. 굴삭기 60대와 덤프트럭 등 100여대의 중장비가 끊어진 도로를 잇고 하천제방을 쌓느라 굉음을 울렸다. 소방대원들은 이모(64·여)씨 모녀와 무속인 정모(48·여)씨 등 실종자 4명을 찾느라 애당·서벽리 일대의 하천과 매몰지역을 수색했다.


육군 50사단은 장병 300명과 중장비 10여 대를 춘양면 지역에 보내 복구작업을 도왔다. 상주시는 공무원 40명, 덤프트럭 1대를 지원했다. 지금까지 복구작업으로 애당리 참새골·석문동·장부골 주민 39가구 100여 명은 고립에서 풀려났다. 두절된 국도·군도 등은 모두 응급복구됐다.

◇‘물 폭탄’이 피해 키웠다=춘양면 일대에는 25일 오전 3~4시쯤 1시간에 43mm의 폭우가 쏟아졌다. 이날 봉화지역의 평균 강우량은 227mm. 특히 석포면 일대에는 337mm의 비가 내렸다. 주민 이현기(58·서벽1리)씨는 “물폭탄을 퍼붓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집중호우로 서벽·애당리 일대에서 산사태가 발생하고 계곡물이 급격히 불어나면서 운곡천이 범람했다. 하천 범람으로 흙·바위·나뭇가지 등이 인근 주택과 논밭 등을 덮치면서 쑥대밭이 된 것이다. 이때 4명이 사망하고 4명이 실종됐다. 주택도 193채가 전파·유실되거나 침수되면서 100가구 220명의 이재민이 생겼다. 농경지 290여ha가 침수되고 하천 4곳과 도로 5개소가 파괴됐다.

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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