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에 ‘억대 수입’ 농민 많은 이유는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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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 상주시가 억대 소득을 올리는 부농(富農)이 전국 시·군 중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경북도에 따르면 농림수산식품부가 올해 3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전국의 억대 소득(2007년 기준) 농업인을 조사한 결과 전체 7681가구 중 상주시에 301가구(3.9%)가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충남 공주시(196가구)와 경기도 파주시(190가구), 이천시(186가구), 안성시(175가구) 등 2위 그룹보다 100가구 이상 많은 압도적 1위였다.

상주시의 억대 농업인은 분야별로 축산이 125가구로 가장 많았고 과수 49가구, 채소 40가구, 특작 30가구 순이었다. 연령별로는 50대(124가구)와 40대(118가구)가 대다수였다. 소득별로는 1억∼2억원 농가가 253가구로 가장 많았고, 5억원 이상 농가도 7가구나 됐다. 여기서 ‘억대 소득’은 전체 수입에서 경비를 뺀 순수 농업 소득을 말하는 것으로, 경비를 빼지 않은 ‘조(粗)수입’만 따질 경우 상주시의 억대 농가는 1335가구에 이르렀다. 공식 통계는 아니지만 농식품부가 부농 조사를 하기는 처음이다.

상주시에 이처럼 부농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농업 인구가 많고 농업 면적도 넓다는 이유가 있다. 상주시의 인구는 10만7000여 명. 이 중 농업에 종사하는 인구가 절반 가까운 4만3326명에 달한다. 이 숫자는 2년 전 제주시와 북제주군이 통합된 행정 제주시의 농업 인구(5만6107명)에 이은 둘째 규모다. 상주시의 면적은 서울시의 두 배쯤인 1254㎢로 전국 기초지자체 중 3위. 경지 면적은 275㎢로 전국 4위다.

상주시 농업기술센터 이준구(55) 농촌지도과장은 “면적도 넓지만 지대가 다양한 게 특징”이라며 “평야가 있는가 하면 해발에 따라 중간지·중산간지·산간지 등이 다양하게 분포돼 농업 분야가 광범위하다”고 설명했다.

농지는 3.3㎡에 3만5000원 선으로 상대적으로 싼 편이다. 이 때문에 지난 5년간 251명이 상주에 귀농했다. 지대는 다양하고 땅값이 저렴해 축산에서 채소·과수·벼농사·특작 등 지역 특성을 살려 다양한 대규모 농사가 이뤄진다. 그래서 상주엔 전국 1, 2위를 다투는 작목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육계는 사육 두수가 전국 1위며, 곶감과 시설오이는 재배면적으로 전국 1위 작목이다. 한우 사육 두수는 경주에 이어 전국 2위다. 포도와 배의 재배 면적도 전국 4위를 차지할 정도다. 복합 영농 덕분에 상주시의 농업 분야 총생산액은 지난해 7689억원에 달했다. “상주에 가면 전국 농업을 다 볼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이런 이점을 살려 상주시도 부농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상주시는 2006년부터 ‘억대 농업인 5000가구 육성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2010년까지 3000만원 소득 농가를 1억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하지만 장밋빛만은 아니다. 1.1㏊ 규모의 시설오이를 재배해 지난해 억대 농업인이 된 권돌석(47·사벌면 덕담리)씨는 “최근 기름값이 너무 올라 올겨울 농사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지난해만 해도 1L에 450원 하던 면세유가 올해는 1300원까지 치솟았다는 것. 물가가 오르면서 농자재 값이 오른 것도 변수다. 고유가와 고물가의 파고가 억대농의 지형을 어떻게 바꿀지 농민들은 우려하고 있다.

상주=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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