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스리가' 가 배출한 스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3면

'군대스리가'가 배출한 스타도 있다. 축구인들이 '막군'이라고 부르는, 일반 사병으로 입대해 축구선수로 성공한 경우다. 프로축구 FC서울에서 기술고문을 맡고 있는 박병주(62.(左))씨가 대표적이다. 대학 2년을 마치고 1963년 입대한 그는 논산훈련소에서 연대 대항 축구경기 도중 상관의 눈에 띄었다. 경북 영천에 있던 육군부관학교(육군행정학교 전신)로 배치받은 그는 행정병으로 일하면서 지역 축구대회에 부대 대표로 출전했다.

당시 주전 전원이 국가대표였던 제일모직이 영천으로 합숙훈련을 오는 경우가 있었다. 연습경기에서 제일모직이 당연히 6~7골 차로 이겼지만 가끔 박병주 선수가 골을 넣었다. 그는 전역한 뒤 제일모직에 연습생으로 뽑혀 본격적인 축구선수의 길로 들어섰다. 이후 서울은행을 거치면서 국가대표로 발탁됐고, 서울신탁은행 감독을 거쳐 97, 98년 LG 축구단 감독을 맡아 98년 FA컵 우승을 따냈다.

현역으로는 프로축구 전북 현대의 '골 넣는 골키퍼' 이용발(31.(右))이 있다. 94년 유공(부천 SK 전신)에 입단한 그는 용병 골키퍼 샤샤에 밀려 경기에 나서지 못했고, 상무에서도 부름을 받지 못해 97년 일반 사병으로 입대한다. 유격훈련장에서 조교로 근무하면서 그는 틈날 때마다 부대원들을 데리고 축구를 했다. 그는 공격수로 뛰면서 수없이 많은 골을 넣었다.

99년 부천으로 복귀한 이용발은 주전 골키퍼 자리를 확보했다. 지난해 전남과의 FA컵 결승전에서 신들린 듯한 방어로 전북의 승부차기 승리를 이끌었고, 올해 수퍼컵 우승에도 기여했다. 가끔 페널티킥 등으로 골을 넣는 킥력과 133경기 무교체 출장 기록을 세운 체력은 군대스리가에서 단련된 것이다.

정영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