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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뉴욕 주지사, 매매춘 감시에 걸려 낙마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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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호 22면

FBI의 정보력은 어디에서 나올까. 큰 소스 중 하나는 감청에 있다. 이는 FBI가 발표하는 대형 사건 수사 보고서에서 어김없이 드러난다. 감청한 내용이 결정적인 증거로 제시되기 때문이다.

FBI 정보력의 원천 ‘합법 감청’

지난 3월 촉망받던 정치인 엘리엇 스피처(48) 전 뉴욕주지사가 매매춘의 덫에 걸려 나락으로 떨어졌다.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2월 워싱턴의 고급 매춘 조직인 ‘엠퍼러스 클럽 VIP’의 전화를 감청하던 FBI 요원은 깜짝 놀랐다고 한다. 예상외의 월척이 낚였기 때문이다. 스피처가 워싱턴의 한 호텔에서 예약 확인 전화를 건 게 FBI에 걸렸다. 스피처는 뉴욕주 검찰총장 시절 월스트리트의 불법 금융거래를 하도 잘 파헤쳐 ‘월가의 저승사자’란 별명을 얻었던 인물이다.

2년 전에는 뉴욕 인근 한인 성매매 업주들의 전화통화 수천 건이 FBI의 감청망에 걸렸다. 한국에서 공수해 온 매춘녀들을 공급하는 공급책과 수요처 간의 통화를 감청한 FBI는 그해 8월 1000여 명의 무장 요원을 동원해 19곳의 한인 업소를 덮쳤다. 이 수사로 한인 업주 41명이 기소됐다.

이런 사례들은 합법 감청의 결과물이다. 그러나 FBI도 불법 도청으로 악명을 떨칠 때가 있었다. 존 F 케네디, 리처드 닉슨 등 역대 대통령까지 불법 도청 파일에 시달릴 정도였다. 에드거 후버 전 국장이 1972년 사망한 이후 FBI의 불법 도청 사례는 더 이상 드러나지 않고 있다. 다만 법의 이름을 빌린 과도한 감청이 비판받고 있을 뿐이다.
사실 FBI와 마약단속국(DEA) 같은 수사기관들은 굳이 불법 도청을 할 필요가 없다. 법적 요건만 갖추면 합법적으로 유·무선전화 통화를 얼마든지 엿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 수사기관들의 감청 수사는 한국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며 손쉽게 이뤄진다. FBI·DEA 등은 94년 제정된 통신감청지원법(CALEA법)에 따라 법원의 영장 또는 검찰총장의 승인하에 통신회사에 감청을 요구할 수 있다. 통신회사들은 수사기관의 편의를 위해 감청 설비까지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통신회사는 하루 1만 달러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한국에서 아직 휴대전화 감청이 허용되지 않는 것과 대조적이다.

그럼에도 FBI의 감청에 대한 논란이 커지는 것은 컴퓨터와 인터넷에 대한 감시 때문이다. 2000년 이후 인터넷전화(VoIP)와 메신저·채팅·e-메일 등에 대한 감시가 확대되고 있다. CALEA법에 따르면 인터넷 서비스 공급자(ISP)도 수사기관에 협조해야 한다.

2000년에는 FBI의 인터넷 감시 시스템인 커니보어(Carnivore)가 비판을 받았다. ISP의 서버에 이를 설치하면 범죄 용의자의 e-메일과 메신저 등을 엿볼 수 있다. FBI는 2001년 매직 랜턴(Magic Lantern)이란 강력한 시스템을 마련했다. 일종의 컴퓨터 스파이웨어와 유사한 시스템이다. 범죄 용의자의 컴퓨터에 매직 랜턴을 설치하면 용의자가 키보드에 입력한 내용을 실시간으로 모두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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