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격지점, 북 주장과 100m 차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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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의 피격 지점이 북한 측의 설명과 달리 관광허용구역에 100m 더 가까웠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건을 맡은 정부 합동조사단(단장 황부기 통일부 회담연락지원부장)은 25일 이같이 중간조사 결과를 밝혔다. 황 단장은 “고인이 피격된 지점은 금강산 해수욕장의 경계선 울타리에서 북측 군사통제지역으로 직선거리로 200m 들어간 지점으로 추정된다” 고 말했다.

북한은 사건 발생 당일인 이달 11일 현대아산 측에 박씨의 피격 사망 지점을 울타리 너머 군사통제구역으로 200m 들어온 곳이라고 밝혔다가 나흘 후 금강산 현지를 찾은 윤만준 현대아산 사장에게 울타리에서 300m 들어온 지점이라고 설명을 바꿨다. 그러나 합동조사단이 박씨 피격 지점이 울타리에서 200m 떨어진 곳이었다고 확인함에 따라 북한이 박씨의 군사통제구역 침범 사실을 부각하기 위해 피격 지점에 대한 말을 바꾼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황 단장은 “목격자 진술과 관련 사진을 분석한 결과 박씨의 피격 사망 시간은 오전 5시16분 이전으로 확인했지만 총성을 들은 시간과 총격 횟수를 놓고 목격자 간 진술이 엇갈리고 있다”고 말해 정확한 피격 시간과 총격 횟수는 확인하지 못했다.


황 단장은 그러나 “당시 일출 시간을 감안했을 때 상당히 환하게 보이는 상황이 아니었나 추정한다”고 말했다. 합조단은 숙소인 금강산 패밀리 비치 호텔의 CCTV도 정밀 감식, 현대아산 측 설명대로 박씨가 사건 당일 오전 4시18분에 호텔 방을 나서는 장면을 확인했다.

합조단은 이에 따라 “이번 사건이 우발적인지는 현재 시점에서 판단하기 어렵다”며 “의혹을 풀려면 이른 시일 내에 현장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북한에 진상조사 수용을 촉구했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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