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야구에 ‘승부치기’ 도입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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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경기 시간이 늘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연장전에서 주자를 득점권에 놓고 공격을 하도록 하는 게 승부치기다. 일종의 촉진 룰이다.

가령 10회 초 공격부터 공격권을 가진 팀에 무사 1, 2루 상황을 만들어 주고 경기를 진행시켜 승부를 가리는 방식이다.

승부치기 제도는 26일(한국시간) 캐나다 에드먼턴에서 개막하는 제23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부터 적용된다. 국제대회 첫 시행이다. 국제야구연맹(IBAF)의 한 간부는 25일 청소년대회 대표자 회의에서 새 룰을 소개하며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이 제도(촉진 룰)가 시행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반대 목소리도 있었다. 야구 종주국 미국은 “야구의 정통성을 해칠 수 있다. 청소년에게 전통과 다른 야구를 가르치라는 것인가”라며 반대 의사를 나타냈으나 이내 찬성 목소리에 묻혔다. IBAF의 개혁 의지가 워낙 강했고, 상당수 참가국이 IBAF 안을 지지하면서 승부치기는 이번 대회에서 첫선을 보이게 됐다.

승부치기는 자정을 넘겨도 끝장을 보는 것이 야구라는 선입견을 깬다. 중국 등 일부에서는 이미 자국 리그에 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중국리그는 연장전 때 주자 1명을 자동 출루(10~12회 무사 2루, 13회부터 무사 3루)시키는 촉진 룰을 시행하고 있다. IBAF는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승부치기를 밀어붙일 예정이다. 야구가 베이징 올림픽을 끝으로 정식 종목에서 제외되는 등 국제적 위상이 흔들리고 있고, 그중 가장 큰 이유가 경기 시간이 너무 길다는 데 있기 때문이다. 미국 등 극소수 회원국을 제외한 대다수 야구 회원국이 촉진 룰 시행에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피델 블레이조 IBAF 국제담당 매니저는 “국제올림픽조직위원회(IOC)가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야구를 퇴출한 이유 중 하나가 경기 시간이 너무 길다는 점이다. 미국·일본·한국은 3시간 이상 야구를 즐기지만 유럽은 그렇지 않다. 야구를 올림픽 종목으로 다시 편입하기 위한 노력으로 이해해 달라”고 설명했다.

‘연장 승부’는 축구의 승부차기처럼 승패를 빠르게 결정할 수 있다. 마지막 정규 이닝(9회)이 7번 타자에서 끝났어도 연장 첫 회인 10회 1번 타자를 2루, 2번 타자를 1루에 놓고 3·4·5번 중심타선에서 승부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10회 공격이 5번에서 끝나고 11회에 접어들면 6번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고, 4번 타자가 2루, 5번 타자가 1루에 선다.

청소년대표팀 이종운 감독은 “새 룰에서는 발 빠르고 번트에 능한 한국이 절대 유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연장전에서 선두타자에게 홈런을 맞으면 한순간에 3점을 빼앗기는 위험성도 있어 변수는 적지 않다.

블레이조 매니저는 “세계적으로 저변이 넓고 인기가 많은 배구도 재미를 위해 룰을 여러 차례 바꿨다. 그런데 야구는 100년 넘도록 할아버지 세대가 즐기던 방식만 고집하고 있다. 야구도 개혁해야 한다.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면 야구에 흥미를 갖는 팬이 많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에드먼턴=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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