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민주당은 KBS· MBC 감쌀 명분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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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23일 KBS를 ‘지켜달라’며 찾아온 포털사이트 다음의 일부 회원에게 동참을 약속했다. 회원들은 “정연주 사장 해임을 저지하는 투쟁에 민주당도 동참해 달라”고 요구했다. 정 대표는 “여러분을 보니 정말 눈물이 나려 한다”면서 “우리도 KBS·MBC·인터넷을 지키기 위해 여러분의 제안을 최대한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25일 이들과 함께 KBS 앞에서 규탄대회를 열 예정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KBS와 MBC를 지키겠다고 나선 것은 시대착오적인 망발이다.

KBS 정연주 사장은 노무현 정권의 코드·낙하산 인사로 임명된 인물이다. KBS가 지난 대선 때 BBK 주가조작 의혹을 집중 보도하며 이명박 후보를 맹공격한 것은 누구의 작품인가. 정 사장 재임 5년간 회사의 누적 적자가 1500억원에 이르렀다. 그는 회사에 1500억원 가까운 손해를 끼친 배임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출두명령도, 자료 제출 요구에도 불응하고 있다.

MBC도 마찬가지다. 4월 29일 PD수첩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는 국민을 비이성적인 광우병 공황상태로 몰고 간 주범이다. 그 내용이 왜곡·과장이었기 때문에 방송통신심의위에서 ‘시청자에 대한 사과’ 결정을 내린 것이다. 그러나 MBC는 농림수산식품부가 제기한 정정·반론보도 청구소송에서 인터뷰 자료를 제출하라는 재판부의 명령도, 같은 기관의 명예훼손 고소에 따른 검찰의 출두 요구도 거부하고 있다.

민주당에 묻는다. KBS와 MBC의 무엇을 지키겠다는 말인가. KBS가 참여정부의 하수인으로 편파 방송을 계속할 때는 침묵하다가 이제 와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외치며 ‘정연주 지키기’에 나선 것은 자가당착이 아닌가. PD수첩의 거듭된 잘못이 이미 확인된 다음에도 MBC를 옹호할 명분이 있는가.

민주당의 책무는 촛불집회에 참석해 곁불을 쬐다가 이제는 무슨 규탄대회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데 있지 않다. 진정 공영방송을 원한다면 정 사장의 사퇴와 MBC의 반성·수사협조를 촉구해야 한다. 그것이 공당이 걸어야 할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