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2004] 달아오른 인터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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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투표일인 15일 인터넷과 휴대전화를 이용한 불법 선거운동이 기승을 부렸다. 선거운동 기간이 14일 자정에 끝났기 때문에 선거 당일에는 누구도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그러나 일부 네티즌은 투표 참가를 독려하면서 특정 후보와 당을 지지하는 내용을 슬쩍 끼워넣는 방식으로 사실상의 선거운동을 했다.

◆ 노골적으로 지지 부탁=몇몇 시민단체.언론사 사이트에는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비방하는 글이 게재됐다.

이날 오후 한 정치 사이트에는 "한나라당이 100석만 얻어도 탄핵면죄부를 얻은 것으로 생각하고 기고만장할 것인데 과반수 의석까지 차지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긴급 호소)한나라당이 살아나고 있다"는 내용이 올랐다.

또 다른 사이트에는 "OOO님께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고 봅니다"며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게시물이 많이 올랐다. 휴대전화.전자우편을 통해 '00000당에 투표하세요'또는 '탄핵무효! 민주수호! 귀중한 한표로 대한민국을 지킵시다'등의 메시지를 받았다는 시민의 제보가 신문사에 잇따랐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선거일에 인터넷.휴대전화를 이용해 지지.반대를 유도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지만 투표 관리에 전념하다 보니 철저히 단속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 지지층에 투표 독려=일부 인터넷 매체와 시민단체들은 젊은층의 투표율에 따라 당락이 좌우될 수 있다고 보고 자신들이 겨냥하는 유권자들이 투표하도록 독려했다.

진보 성향의 인터넷 매체 '라디오21'은 오후 2시쯤 '12시 현재 31.5%…. 하강기류로 흐르나 우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투표율이 저조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부분의 방송과 인터넷 매체가 지난 총선보다 투표율이 높다고 보도한 것과 반대다.

총선시민연대 홈페이지에도 '결코 낙관할 수만은 없다. 투표 마감까지 혼신을 다하자'등의 글이 잇따랐다. 진보성향 인터넷 매체에는 "오전에는 나이 드신 분들이 (투표를) 하죠. 이제부터는 우리 젊은이들이 본격적으로 나설 시간입니다"등의 글이 주류를 이뤘다.

한편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투표를 끝내고 오후 6시에 여의도.광화문 등에서 모여 파티를 열자는 내용의 '투표 번개'제안도 여러 곳에서 눈에 띄었다.

전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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