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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대 총선 상대 꼬투리 잡는 고발 난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상대방의 꼬투리를 잡아라.』선거전이 치열한 지역일수록 상대방 감시,꼬투리 잡기가 극성이다.
신한국당 이덕화(李德華)위원장(광명갑)은 「빨간 오토바이」노이로제에 걸려 있다.관내에 나가면 꼭 옆에 붙어다닌다는 것이다.경쟁후보들이 담합해 붙인 「밀착감시용 오토바이」라는게 李위원장의 주장이다.
꼬투리 잡는 방법도 여러가지다.일단 상대를 걸어놓고 보는 경우가 많다.이달초 온천관광 시비에 휘말린 자민련 강창희(姜昌熙)의원(대전 중구)의 사례가 대표적.선관위와 검찰등에 허위 제보전화가 잇따라 한나절 동안 당무가 중단되는 손실 을 겪은 뒤무혐의가 밝혀졌지만 감정이 상해 있다.
반면 국민회의의 남궁진(南宮鎭)의원(광명갑)의 경우는 길을 가다가 아는 사람을 만나 얘기하던중 그 사람 가게에 발을 한번들여놓은게 「호별 방문」으로 몰려 곤욕을 치른 케이스.
그래서 상당수 후보들은 「조금이라도 꼬투리 잡힐 짓은 아예 하지 말자」는 방침으로 나간다.가수 출신 국민회의 최희준(崔喜準)위원장(안양 동안갑)의 경우 모임에 가서 노래 요청을 받으면 모두 거절한다.연예인에서 정치인으로의 이미지 전환을 위해서가 아니다.선관위가 「직업 가수의 가무(歌舞)행위는 향응제공」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장광근(張光根)의원(서울 동대문갑)은 얼마전 선거 취재에 나선 방송사측의 요청으로 당 이름이 쓰인 어깨띠를 하고 거리청소를 하는 모습을 연출하려다 막판 취소했다.『사전선거운동금지조항의 이해유도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참모 들의 반대 때문이다.방송에까지 나가면 꼼짝없이 꼬투리를 잡힌다는 지적이었다. 이런 선거양상은 결과적으로 007작전을 뺨치는 첩보전을 낳고 있다.서울남부지역에 출마한 P위원장.12일 오후10시쯤 참모들과 회의를 가졌다.사무장은 P위원장과 타 후보의 다음날 일정표를 나란히 책상에 올려놓고 『내일 열리는 지역구 내 모범택시 운전기사 총회에 우리도 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사무장은 상대 후보 일정의 입수경위를 묻는 질문에 『다 방법이 있다』고만 밝혔다.『아마 저쪽도 우리 일정을 갖고 있을 것』이라는게 사무장의 견해.실제로 두 후보는 주요 장소에서는 하루 3~4차례는 꼭 부딪친다.나를 알리는 선거운동 도 중요하지만 적의 활동을 감시하고 꼬투리를 잡아 고소.고발하는 것 역시이제는 주요한 선거운동수단이 됐다.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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