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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기상이변 시대의 생존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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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올 7월 우리나라 기후가 정상적이지 않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장마 시기인데도 북태평양 고기압에서 뻗어 나온 작은 고기압이 우리나라에 위치하면서 장마전선이 흐지부지해져서 전국이 찜통더위에 아우성이었다. 한반도가 구름으로 덮여 있을 시기에 구름이 없는 까닭에 뜨거운 태양열이 그대로 전국에 내리쬐면서 열대야 현상까지 나타났다.

기상청의 일기예보는 빗나가기 일쑤였고, 중국에는 장마전선이 형성돼 있었지만 우리나라에는 비가 한 방울도 내리지 않아 전국의 다목적댐 수위는 바닥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다행스럽게 우리나라 쪽으로 북상하던 2008년 제7호 태풍 ‘갈매기’가 중국으로 상륙하면서 비만 우리나라로 보내줬다. 태풍 피해 없이 많은 비를 뿌려주는 효자 노릇을 한 것이다. 이 같은 행운이 얼마나 계속될 것인가.

앞으로도 올해 같은 이상기후 현상은 자주 나타날 전망이다. 1980년대 후반부터 태풍 등 기상이변의 빈도와 피해 규모는 꾸준히 늘어왔다.

경제적 피해 규모도 60년대 한 해 평균 1000억원대에서 90년대 6000억원, 2000년 이후에는 2조7000억원대로 급증했다. 2007년 발표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의 제4차 평가보고서에 의하면 전 지구의 평균온도가 섭씨 1도 상승하는 2020년대에는 대략 4억∼17억 명이 물 부족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했다. 또 2∼3도의 기온 상승이 예상되는 2050년대에는 10억∼20억 명, 3도 이상 상승하는 2080년대에는 11억∼32억 명으로 늘어날 것이고, 전 세계 인구의 5분의 1 이상이 홍수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87년부터 2002년까지 홍수로 인한 우리나라의 경제적 피해 총액이 16조원에 이르고 있다.

 가장 피해가 큰 태풍의 위력은 해수면 온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일반적으로 해수면 1도의 변화는 대기의 10도 변화와 맞먹을 만큼 심각하다. 68~97년까지 30년 동안 우리나라의 해수면 온도는 동해 0.62도, 남해 0.61도, 서해 0.88도나 상승했다. 이 같은 지구온난화가 지금처럼 계속된다면 언젠가는 우리나라에서도 ‘루사’ ‘매미’보다 훨씬 더 강력한 수퍼 태풍이 나타날 수도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최근 “전 세계가 온실가스 배출 억제를 위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세계는 가뭄·기아·해수면 상승과 같은 충격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하고 세계 각국이 즉각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지금 당장 전 세계가 나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인다고 해도 향후 적어도 몇십 년 동안은 기후시스템의 관성에 의해 현재의 온난화 경향에서 벗어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제 우리가 당면한 문제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의 실천과 피할 수 없는 지구온난화 시대를 살아갈 적응력을 배양하는 것이다. 강력해지는 풍수해 발생에 대한 대응도 사전 대책을 강구하는 조기경보체제로 전환돼야 한다. 즉, 과거 방재계획이 사전에 정해진 대응책 매뉴얼에 따른 하향(top-down)식 접근이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재해를 미리 예상해 포괄적이고 종합적인 상향(bottom-up)식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구온난화 시대를 대비해 각급 지자체에서는 기상청의 총괄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기상·수문·해양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개발된 기반 방재기술을 종합적·유기적으로 연계해 강력해지는 풍수해에 체계적이고 유동적인 지자체 단위의 재해 대응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각 지자체, 유관기관 및 시민들에게 방재를 위한 실용적인 정보를 제공해 재난으로부터 유발되는 각종 위험 및 인적·물적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즉, 각급 지자체에서 기상청의 예·경보에 따른 수동적인 대응체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스스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유동적 대응책을 마련해야 보다 더 조직적이고 효율적으로 국민의 안전한 삶을 보장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오재호 부경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