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총선 이모저모] 서울·경기 보다 지방 투표율 높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7대 국회 의원 총선거가 차분한 분위기 속에 치뤄 지고 있다.

이번 총선의 초반 투표율이 2002년 16대 대선 당시 같은 시간대 투표율을 약간 넘어서고 있다. 대선 보다 낮은 역대 총선 투표율을 감안하면 '이상 기류'라는 분석도 나온다.

행정자치부 투개표 지원상황실이 15일 오전 6시부터 집계한 투표율(9시 현재) 현황에 따르면, 총 선거인수 3559만6497명중 450만6463명이 투표해 12.7%의 투표율을 보였다.

96년 총선과 2000년 총선, 2002년 대선의 같은 시간대 투표율은 각각 10.4%, 11.9%, 11%로 이전 선거보다 0.8%~2.3% 정도 높은 투표율을 보였다.

지역별로는 16.6%의 전남이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고 ▲ 강원 16.5% ▲전북 14.9% ▲충북 14.5% ▲경남 14.3 % ▲제주 14.1% ▲경북 13.9% ▲충남 13.6% ▲부산 13.3% ▲대구 13.3% ▲대전 13.0% ▲울산 12.7% ▲광주 12.5% ▲인천 11.8% ▲경기 11.4% ▲서울 10.5%이 뒤를 이었다. 강원과 전남북의 투표율이 비교적 높은 반면, 수도권 등 도시지역 투표율은 아직 저조한 셈이다.

광주에선 4대가 함께 투표를 하고 섬 주민들이 배를 타고 뭍으로 나와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는 등 지방에서 높은 투표율을 기록하고 있다.

○…광주지역에서 4대가 나란히 투표에 참석, 귀중한 주권을 행사했다.

주인공은 신창섭(56.전남도청 홍보지원담당)씨 가족. 신씨는 15일 오전 7시 아들 재길(28)씨와 함께 올해 105세인 문가미 할머니를 모시고 가 동구 운남중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귀중한 한표를 행사했다.

어머니 이우선(88)씨도 비슷한 시각, 남구 학강초교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쳤다.문씨는 동구지역 최고령 할머니로 관내 선거구에 출마한 모 후보가 찾아가 인사하는 모습이 선거 공보물에 등장하기도 했다. 3대가 투표하는 경우는 흔히 있지만 4대가 투표에 참여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신씨는 "어머니 사시는 곳이 조금 떨어져 있기 때문에 4대가 한 투표소에서 투표는 못해 아쉽지만 귀중한 한표를 행사했다"며 "할머니는 역대 선거에서도 빠짐없이 주권을 행사해 왔다"고 말했다.

○…인천시 강화군 삼산면 미법도 주민들은 15일 섬에 투표소가 마련돼있지 않아 배를 타고 본도인 석모도 제1투표구에서 유권자 23명 전원이 투표를 마쳤다. 마을 이장 정영길(51)씨 등 미법도 주민들은 이날 오전 선착장에 모여 여객선을 이용, 석모도에 도착해 버스로 갈아타고 석모도 제1투표구에서 소중한 주권을 행사했다. 미법도 주민들은 지난 15대 총선 당시 섬내 마을회관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13분만에 전원 투표를 마쳤으며 16대 총선때도 외지에 나가 있던 주민을 제외하고 100% 투표에 참여했다.

○… 섬인 부산 강서구 천가동(일명 가덕도)에 주소지를 두고 부산 시내 등지에 살고 있는 유권자들이 가덕도행 배를 타고 투표소로 향해 눈길을 끌었다.이날 오전 6시20분 녹산 선착장에서 가덕도로 향하는 첫 배에만 40여명의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기 위해 배에 올랐다.

주민 박모(39.회사원)씨는 "주소지인 가덕도에 가서 투표도 하고 부모님도 뵙기 위해 가족들과 함께 배를 타니 소풍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선주 김태복(47)씨는 "선거때마다 투표하기 위해 배로 가덕로를 찾는 사람이 많지만 이번 총선에는 가덕도까지 들어가 투표에 참여하려는 사람이 유난히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울산시 중구 우정동 제5투표소가 설치된 우정성당에는 "우정성당은 당신을 초대합니다"고 적힌 플래카드와 함께 10여명의 신자들이 투표하러 온 주민들을 상대로 전도.

우정성당 신자들은 새벽 일찍부터 커피와 녹차를 준비하고 투표하러온 유권자들에게 일일이 접대하면서 천주교 부산교구가 발행한 '믿음의 길로 초대합니다'라는 전도용 소책자와 예비자입교식 초대장을 나눠줬다.

성당 관계자는 "종전 투표소가 지하에 있어 장애우들이 불편을 겪었다는 지적에 따라 이번에 계단이 없는 우정성당 강당으로 옮긴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유권자에게 차 대접 봉사를 하면서 전도도 함께 하기로 한 것"이라고 전했다.

○…대구의 한 투표소에서 찍을 사람이 없다며 투표용지를 찢은 유권자가 투표소에서 퇴장당했다.

대구 수성구선관위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께 수성구 지산동 두산초등학교에 마련된 지산1동 제6투표소에서 이모(61)씨가 지역구 투표용지를 찢다 선관위 직원에게 적발됐다.

이씨는 기표한 비례대표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은 뒤 "지역구 후보 중에 찍을 사람이 없다"며 지역구 투표용지를 찢다가 현장에 있던 선관위직원들에게 적발돼 투표장에서 쫓겨났다.

구선관위는 이날 이씨가 비례대표 투표를 마친데다 지역구 투표용지를 찢은 것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소란을 피우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해 처벌은 하지 않기로 했다.

○…강원지역 17대 총선 투표율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강원도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15일 오전 9시 현재 투표율은 15.7%로 지난 16대 대통령선거 때의 10.7%, 16대 국회의원선거 당시 14.7%에 비해 각각 5%포인트, 1% 포인트 높아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다.지역별로는 인제 횡성군이 각각 22.9%로 가장 높았고 홍천군과 영월군 등이 각각 22.5%와 21.4%로 뒤를 이었다.

선관위 관계자는 "지속적인 투표참여 홍보와 유권자의 참여의식이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 같은 추세라면 지난 16대 총선 투표율 62.9%는 물론 지난 대선 당시의 68.4%는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 안동병원에 입원한 환자 가운데 다리 골절 등으로 거동이 불편한 13명이 15일 병원측의 도움을 받아 투표장으로 가서 귀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9시께 병원측이 준비한 앰뷸런스 2대와 승합차 1대, 승용차 2대 등에 나눠타고 거주지인 안동 임동면과 영양 석보면, 영주 휴천동, 의성 다인면, 봉화 춘양면 등으로 가서 투표를 했다.

또 혼자 다닐 수 있는 환자 70명은 직접 투표장으로 가 자기 지역과 나라를 위해 일할 선량을 뽑았다.

이모(67)씨는 "몸은 불편하지만 내 손으로 우리 지역을 위해 일할 참된 일꾼을 뽑아야 한다는 생각에 투표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경북 청도군 운문사 승가대학 학인스님 240명과 운문사 선방 스님 30명도 오전 6시께 운문사 버스를 타고 운문면 제2투표소인 방지초등학교 문명분교로 가 신성한 주권을 행사했다.

○…충북 오지인 단양군 단양읍 도담리 주민들도 남한강을 배로 건너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이 마을 유권자는 모두 44명으로 뱃길을 건너 매포읍 하괴리 선착장에 내린 뒤 다시 승용차와 버스 등으로 2㎞를 이동, 단양군민회관에 마련된 단양읍 제1투표소에서 투표했다.

특히 이날은 이 마을 장경덕(55)씨의 밭에 담배를 정식하는 날이라 장씨와 이장 장영준씨 등 12명은 오전 6시에 나가 일찌감치 투표를 하고 온 뒤 담배를 심었고 나머지 주민들은 시간이 날 때마다 4-5명씩 투표를 실시했다.

○…해발 1천708m 설악산 최고봉인 대청봉 인근에 위치한 국립공원 설악산관리사무소 대청분소에 근무하는 직원들도 총선 투표일인 15일 모두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7명의 직원이 파견근무를 하는 대청분소는 투표일을 하루 앞둔 14일 오후 3명이 먼저 하산, 15일 오전 거주지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쳤으며 나머지 4명은 먼저 투표를 한 직원들이 복귀하는 오후 1시께 하산해 투표를 할 예정이다.

손관수 분소장은 "나에게 주어진 한 표를 포기할 수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직원 모두가 투표에 참여하고 있다"며 "대피소를 비울 수 없어 교대로 투표를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뉴스센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