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방송출연기>KBS1 "아침마당" 주부모델 김지향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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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아이와 씨름하느라 지쳐있던 내게 지난해 가을 KBS의 『아침마당』 토요와이드 「주부모델」코너는 분명 새로운 유혹이었다.
한달여만에 갑작스런 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방송국을 찾았다.20명도 훨씬 넘게온 주부모델 지원자중 3명만 뽑는다는 소리에 잠시 주눅도 들었지만 『기왕 나온것…』이라는 생각에 마음을 독하게 먹기로 했다.
에어로빅.연극 대사.외국어로 자기소개등 저마다 갖은 재주(?)를 다 부리는 가운데 워킹 흉내와 김수희의 『잃어버린 정』을부른 나는 며칠뒤 3명중 하나가 된 것을 알았다.
서울 청담동 유명 미용실에서 머리며 화장을 새로 싹 하고 협찬받은 멋진 옷을 입고 야외 촬영에 나섰다.비록 난생 처음 해보는 까다로운 포즈에 NG도 무수히 내고 점심도 거르는 6시간강행군을 치러야 했지만 진짜 모델이 된 것같은 기분에 힘든 줄몰랐다. 그뒤 생방송인 본프로에 출연해 기존 유명 모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패션쇼를 벌였다.시어머니.남편,그리고 두살배기 아들로부터 열광적인 응원을 받은데다 전자레인지 상품에 출연료까지 받고보니 어깨가 절로 으쓱거렸다.그러나 집에 돌아 와 녹화 테이프를 본 나는 순간 크게 실망했다.제법 크다고 생각했던 키(168㎝)가 전문모델 옆에 서니 땅딸보 같이 보여 속상했다.눈치없는 남편은 옆에서 『TV로 보니 별로네』라고 말해 짜증지수를 높였다.
아파트에서 완전히 스타가 된 것은 물론 부부동반 모임에서 남편친구 부인들로부터 앞으로도 계속 방송에 출연할 것이냐는 질문이 끊이지 않아 곤욕스럽기까지 했다.
하지만 반복되는 일상을 탈피해 뭔가 새로운 도전을 해보았다는것과 가족들에게 좋은 추억거리를 만들어 주었다는 점에 가장 큰의미를 두고 싶다.아들이 크면 테이프를 보여주며 『엄마가 젊었을때 이렇게 멋있었단다』라고 말해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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