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누구를 뽑을 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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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오늘은 17대 총선 투표일이다. 선택의 날이다. 어느 선거인들 중요하지 않은 선거가 있을까마는 국회의원 299명을 뽑는 이번 총선은 큰 의미를 갖는다.

유권자의 오늘 선택은 우리 4년의 운명을 좌우한다. 그 영향이 4년 이후의 미래와 후손에게까지 미치는 것도 물론이다. 이번에 국회의원들을 제대로 뽑아야 우리는 희망을 가질 수 있다.

유권자들은 냉정해져야 한다. 정당들의 엄살이나 감정에 호소하는 앵벌이식 표 구걸에 속지 말아야 한다. 자신들은 정의이고 상대 정당은 불의라는 과장에도 현혹될 필요가 없다. 중립의 위장을 쓰고 내밀하게 지지하는 정당을 위해 상대 정당 후보에게 불량딱지를 붙이는 당당하지 못한 행태에도 속으면 안 된다.

또한 유권자의 카타르시스를 위해 주권을 행사하는 것도 곤란하다. 소중한 기회를 분풀이나 지역이기주의에 써버리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우리는 갈 길이 바쁘다. 수출에만 매달리는 불균형 경제는 한 걸음만 잘못 디뎌도 나락으로 떨어질 위험을 안고 있다. 북핵문제와 대미관계.이라크 파병 등의 외교.안보 현안들은 시시각각 상황이 변하면서 그때그때 정부와 국민의 판단을 요구하고 있다. 청년실업.고(高)유가.바닥에 이른 경기 등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다.

이 모든 상황을 감안해 후보들의 면면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누가 우리의 먹고사는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국회에서 능력을 펼쳐 보일 수 있을까 따져야 한다. 나라의 안보를 지키고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할 수 있는 후보인지를 들여다 봐야 한다.

지금 우리의 눈앞에는 감정과잉 상태에서 자신의 가치관을 유권자에게 강요하는 정치인들이 넘쳐난다. 단식.삭발.낙루.3보1배 등의 극단적인 행동에 마음이 흔들릴 게 아니라 과연 이들이 언제 민생을 위해 이런 고행을 했는지 따져봐야 한다. 자신의 당선보다는 나라의 앞날과 국민의 삶의 질을 위해 고민하고 연구하고 토론할 후보를 흙 속의 진주를 찾는 마음으로 가려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