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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독자모델 자동차 독일에 첫 수출 나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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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중국이 자체 기술로 만든 자동차를 처음으로 독일 시장에 수출한다. 독일의 공영방송인 도이체벨레는 17일자 인터넷판 뉴스에서 “중국의 브릴리안스가 중형 세단 BS6 모델 270대를 독일에 보내기 위해 선적했다”고 전했다. BS6의 독일 진출은 오랫동안 추진해온 중국의 자동차 수출이 본격화되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진다.

중국은 이미 몇 년 전 개발도상국에 자동차를 수출하기 시작했지만 별 관심을 끌지 못했다. 선진국에 데뷔할 수준이 못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독일 시장 진출로 평판이 달라질 전망이다. 독일은 자동차가 태어난 곳이다. 이런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것은 중국 업체의 자신감을 보여준다. 20여 년 전 현대자동차가 개도국 시장에서 실력을 쌓은 뒤 미국 시장에 진출할 때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현대차는 1976년 2월 국내 최초의 독자 모델 자동차 ‘포니’를 출시한 뒤 그해 에콰도르에 5대를 수출했다. 이로부터 정확히 10년이 지난 86년 현대차는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

중국이 첫 독자 모델 수출에서 겪는 어려움도 우리와 엇비슷하다. BS6은 지난해 충돌 시험에서 별 한 개(다섯 개 만점)를 따는 데 그쳤다. 시속 60㎞ 정도에서 충돌 사고가 나면 운전자가 생존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뜻이다. 각고의 노력 끝에 BS6은 올해 별 세 개를 획득해 수출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엔진 기술이 없는 탓에 손을 벌린 제휴선도 공교롭게도 현대차와 브릴리안스가 같은 곳이다. 일본의 미쓰비시자동차다. 디자인은 현대차가 이탈리아의 디자인 회사인 이탈디자인에 의지한 것과 달리 BS6은 한국 제품을 베꼈다. 영국의 한 자동차 전문지는 “BS6의 앞모습은 대우 레간자를, 뒷모습은 현대 쏘나타를 빼닮았다”고 지적했다.

이런 공통점과 함께 다른 점도 눈에 띈다. 중국이 세계 자동차 시장에 의미 있는 발을 내딛는 즈음에 한국 자동차 회사들은 정치 파업에 정신이 빠져 있다는 점이다.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자동차 산업의 특성 덕에 그간 국내 업체들은 중국산 자동차와의 경쟁을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 해도 거르지 않고 파업이 지속된다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 앞으로 중국산 자동차가 유럽과 미국의 중저가 시장을 공략해 들어오면 한국 자동차는 어디에 수출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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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성 경제부문 차장 budd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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