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이런 NSC 뭐 하러 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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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어제 열렸던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여러모로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금강산 주부 관광객 피살 사건과 독도 문제를 논의했다지만, 내놓은 대책이나 진행 방식에 부실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NSC는 헌법에 따라 대통령이 주재하는 최고의 외교안보 관련 대책 기관이다. 그렇다면 이번과 같이 엄중한 사태에 대해 국민이 이해하고 동감할 수 있는 대책이나 발언이 나와야 하나 그러지 못했다.

이번 사건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북한의 만행이다. 여기에다 대통령에 대한 1보가 늦어진 정부의 한심한 위기관리 능력까지 겹쳐 국민들은 분노와 함께 참담한 심정이다. 그렇다면 정부가 이런 회의를 통해 강력한 대북 경고와 함께 통렬한 반성의 모습을 보여줬어야 했다.

물론 막무가내로 나오는 북한으로 인해 정부로서도 대응책 마련이 여의치 않을 수 있다. 그렇다 해도 이미 문제점들이 제기된 사안을 되풀이하거나, 하나 마나 한 말을 한다면 어떻게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겠는가. 이명박 대통령은 회의에서 “진상 조사뿐 아니라 철저한 재발 방지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바로 이틀 전 국무회의에서 한 발언의 재판이다. 또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해선 당국 간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하나의 원칙을 제시한 측면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지금 국민이 주목하는 것은 ‘당국 간 합의’를 이룰 수 있는 정부의 복안이지, 이런 원론적 얘기가 아니라는 점도 알아야 한다.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범정부적 컨트롤센터가 필요하다”는 이 대통령의 발언도 한가하기는 마찬가지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고치겠다는 대안 제시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막연한 얘기보다는 이번 보고지체 과정을 철저히 조사한 후 관련자에게 책임을 물었어야 했다. 이렇게 신상필벌을 해야 기강이 서는 법이다. 독도 문제를 논의한다면서 주무 장관인 외교부 장관이 국제회의 참석차 회의 도중 자리를 떠난 것도 나사가 풀렸다는 방증이다. 좀 더 깊이 생각하고 고민해야 한다.